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400년 전 지구로 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은 각종 초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극중 상대역인 천송이(전지현 분)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천송이에게 도민준은 한 마디로 슈퍼맨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으로 자신의 운명의 상대를 찾는 주인공의 인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내용으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젊은층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에서도 초능력은 단골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초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슈퍼맨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 자체가 팍팍해지면서 스스로 슈퍼맨이 되고 싶은 욕구와 함께 슈퍼맨 같은 존재가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처럼 실물 경기 상황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유통업체 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판매원들은 “경기침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이번 설 명절에는 특히 더 심한 것 같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이렇게까지 선물세트 판매가 부진한 적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식품코너를 찾는 손님의 수가 지난해 절반 수준이라는 게 현장 판매원들의 전언이다. 그나마 식품코너를 찾는 고객들도 반찬거리만 사갈 뿐, 명절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특판 코너는 그냥 지나치기 일쑤라는 것. 특히 백화점 식품관의 경우는 더 심하다고 한다. 전통시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명절조차 상황이 이렇다면 평소 경기현황이 어떨 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을 수는 없는 명절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예약판매는 과거와 달리 급증하고 있다. 예약판매는 불황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다.
예약판매를 통해 선물세트를 구매하면 할인혜택을 포함한 각종 이점이 많다. 어차피 써야 할 돈이라면 최대한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쪽으로 예약판매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선물세트 본 판매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예약판매로 이동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는 더욱 슈퍼맨을 갈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연초 기자회견에서 경기진작을 위해 내수(소비)를 살리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경기 지표 개선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적으로 경기가 개선됐다고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목표다.
과연 현 정부의 다짐이 우리가 바라는 슈퍼맨의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정부가 슈퍼맨이 되기 보다는 슈퍼맨을 필요로 하는 시대 상황이 도래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국민의 진정한 바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