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부는 女風]114년의 두드림… 유리천장을 깨다

입력 2014-01-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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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권선주 기업은행장 취임...금녀 벽 깨고 첫 여성 행장 시대 개막

보수적인 금융권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국내 금융 역사 114년 만에 첫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는 등 금융권에 여성 임원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임원인사를 실시한 은행 모두 전무급 이상의 여성 임원이 선임됐다.

이는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아 유리천장이 뚫리고 있다는 분석과 새로운 금융 트렌드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시각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시대적 트렌드로 금융회사들이 정부 눈치보기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

과거 금융권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은 대부분 남성들의 고유 영역이었다. 보수적 분위기 탓에 능력이 뛰어나도 여성들은 승진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초 금융권의 여성인력 중용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보수적인 남성문화가 만연해 있는 한국은행에서 여성 부총재보가 탄생했다. 62년 한국은행 역사상 첫 여성 임원으로 서영경 금융시장 부장이 발탁됐다.

앞서 지난해 4월 수협은행은 최초의 여성 임원인 강신숙 부행장을 선임했다. 또 박정림 KB국민은행 WM사업본부 전무와 우리은행 WM사업단의 김옥정 상무도 승진했으며, 우리금융 이남희 상무도 여성으로 임원 반열에 올랐다.

이후 지난해 12월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금융권에 여성 바람을 본격적으로 몰고 왔다. 국내 은행 사상 처음으로 은행장에 내정되면서 여성 임원은 봇물을 이뤘다.

하나금융은 3명의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신한은행은 신순철 본부장이 부행장보로 승진하면서 이 은행 첫 여성 임원으로 기록됐다. 대구은행이 지방은행 최초의 여성 본부장인 양현숙 본부장을 배출했다. 농협은행이 임원은 아니지만 본부 부서장 가운데 첫 여성 부장으로 문갑석 수탁업무부장을 발탁했다. 권 행장 내정 직후 4대 시중은행 임원 69명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했지만 1주일 새에 5명으로 늘어났다.

금융권 여풍의 바람은 보험, 카드업계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보험업계서 유일한 여성 CEO다. 삼성생명에는 남대희 상무, 자넷 최 상무가 포진돼 있다. 교보생명에는 황미영, 허금주 상무가 여성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전경혜 BC카드 경영기획본부장(CFO), 이인재 삼성카드 전무, 박주혜 삼성카드 상무도 올해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임원 인사에서는 현대카드의 이미영 CLM실장이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라이프의 이주연 마케팅실장도 이번에 이사대우로 발탁됐다.

이처럼 금융권에 여성임원 발탁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보수적인 금융권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성 임원의 차별화된 리더십과 업무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겠냐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여성 대통령시대 맞춰 여성 임원 발탁이 늘겠지만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여성임원이 정착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권에 여풍이 세졌다고 하지만 강고한 유리천장이 미동한 수준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스탠다드차타드·씨티은행 등 7개 시중은행과 농협·기업·산업은행 등 특수은행 임원 179명 가운데 여성은 13명(7.3%)에 불과하다. 외국계인 SC·씨티은행을 제외하고 국내 은행만 따져보면 130명 중 7명(5.4%)으로 더 적다. 이에 금융권에서 여성임원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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