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영업이익 10조 하회 우려에 하룻새 시가총액 10조 증발
증시 ‘바로미터’ 삼성전자가 4분기 실적 악화 우려감에 갑오년 새해 첫날 날벼락을 맞았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거래일대비 6만3000원(4.59%) 하락한 130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6월 7일 외국계 증권사 매도 충격에 6.18% 급락한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이에 시가총액도 192조8148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2월 30일 시총(202조949억원)과 비교하면 하룻새 10조원 가까이 증발한 것이다.
외국인 ‘팔자’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날 단 하루 2241억원의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냈다. 순매도 1위다. 2위인 SK하이닉스(272억원)에 10배 버금가는 수준이다.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하회할 것이란 우려감이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이날 외국계 증권사인 BNPP는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이 약 8조78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약 14%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표주가도 23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장밋빛 일색이던 국내 증권사들도 신중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실적 추정치를 내놓는 26개 증권사 가운데 9개 회사가 9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예상 평균치는 여전히 10조원을 넘어서고 있지만 사상 최대 실적 경신 행진 가능성은 깨졌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부문 선전에도 불구하고 IM(IT&모바일) 및 디스플레이부문 부진으로 4분기 영업이익은 10조원을 밑돌 것”이라며 “원화강세와 마케팅, 연구·개발(R&D),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같은 실적부진이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9조2057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 하락할 것”이라며 “전통적인 IT 비수기 영향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실적이 내년 2분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가 바닥이란 얘기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 “내년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8조원, 40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반도체 부문이 메모리를 중심으로 실적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저평가된 지금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현재 주가는 올해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 1.3배, 주가수익비율(P/E) 7.1배에 불과해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며 “단기 실적 모멘텀 부진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