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계열사 등 14곳 새 주인 찾기…지배구조 변동 예고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반에 우리금융발(發)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알짜 매물로 속하는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경남은행 등이 어디에 인수되는지에 따라 메가 뱅크 탄생을 비롯해 새로운 금융그룹 출현, 업계 순위 변동 등 금융권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26일 “은행, 보험사 등 국내 금융회사의 내년 경영환경이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 수익원 확보는 금융회사들의 공통된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따른 업권별 지각변동은 금융회사들의 생존 문제로 직결돼 손익계산을 앞세운 치열한 경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계열사 새 주인 윤곽…금융시장 들썩 = 농협금융이 지난 24일 진통 끝에 KB금융을 제치고 우리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기존 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함께 거느리게 되면 단숨에 KDB대우증권보다 앞서는 국내 최대 증권사로 뛰어오르는 것이다. 총자산이 288조원으로 불어날 농협금융은 계열사를 분리 매각한 우리금융 대신 빅4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
이날 농협금융은 키움증권의 품으로 돌아간 자산운용을 제외하고 ‘우투증권·생명보험·저축은행’을 1조1000억원에 가져가게 됐다. 하지만 우리금융 이사회가 헐값 매각 시비 및 배임 논란 차단을 위해 KB금융을 차순위 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추가적 가격 인상을 요구한 상황이라 완전한 매각을 위한 절차는 남아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과의 가격을 둘러싼 신경전은 내년 1월 본계약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2개 지방은행의 새 주인도 곧 정해진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본입찰에 각각 3곳의 인수 후보들이 입찰해 오는 30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인수 가격이 1조원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경남은행은 ‘지방은행의 지역 환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경은사랑 컨소시엄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BS금융지주도 인수 의지가 강하다. 매각가 8000억원으로 예상되는 광주은행은 JB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의 경쟁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금융 계열사 14곳 중 실질적으로 8개사가 새 주인을 맞이하고 있다. 지방 은행을 제외한 우투증권·생명보험·저축은행은 농협금융, 우리파이낸셜은 KB금융, 우리F&I는 대신증권,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증권으로 각각 새 주인이 정해졌다.
◇대어급 매물 매각, 업계 지각변동 = 우리금융은 내년 초 우리은행과 합병 절차에 들어간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의 나머지 계열사를 우리은행에 합쳐 곧바로 매각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우리은행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1금융권의 판도도 변하게 된다. 우리은행은 총자산 266조원(국내 2위), 자기자본 18조5000억원의 초대형 매물이다. 시중은행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은행권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꿰차게 된다. 그만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우리은행의 매각 절차는 내년 1월 개시된다. 아직 정확한 로드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내년 하반기 결정된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IMM컨소시엄을 이뤄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한 교보생명이 이번에는 우리은행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단독으로 우리은행 등을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보험업계도 LIG손보가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면서 그간 좀처럼 깨지지 않던 손보업계의 세력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손보업계의 시장점유율은 삼성화재 26%, 현대해상 17%, 동부화재 16%, LIG손보 14% 수준이다. 따라서 LIG손보가 다른 손보사로 넘어갈 경우 시장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예컨대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가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자산규모가 28조원이 넘어서면서 현대해상(20조원)을 누르고 단번에 2위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보사가 없는 금융지주들이 LIG손보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비은행 부문의 수익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두고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