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은행, 신뢰 회복하려면- 안철우 금융부 기자

입력 2013-12-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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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달 말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말이다. 이 행장의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에 악재가 또 터졌다. 도쿄지점 사건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지직원으로 인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찾겠다는 이 행장의 입장 표명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도쿄지점 사건을 둘러싼 의혹의 전말은 이렇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최근 5년 동안 일본 현지법인들에 대출 한도를 초과해 1700억원대의 자금을 불법으로 대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확인한 규모로 검찰의 수사 결과 부당대출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 높다. 이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규모도 최초 20억원에서 100억원대로 껑충 뛰면서 돈의 사용처가 로비용일 가능성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6일 도쿄지점에서 대출 업무를 담당했던 재일동포 직원 김모씨가 지하 서고에서 목을 맸다. 그것도 일본 금융청과 우리 금감원이 도쿄지점을 상대로 불법 대출 의혹을 공동 조사하기로 한 첫날이다.

그런데 국민은행의 사태 수습 분위기는 ‘급할 것이 없다’는 시각을 앞세우고 있는 듯하다. 일본 금융청이 도쿄지점이 야쿠자 조직과 거래한 의혹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지 직원 자살 사건까지 터진 상황에서 부당대출 전말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금융당국과 검찰 안팎에선 부당대출을 해준 기업이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으로 밝혀졌지만, 실명 거론에는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을 감추고 있는 것일까. 어디까지 사태가 확산돼야 이 행장이 밝힌 “털 것은 털고 간다”라는 입장을 납득할 수 있을까. 일본 금융청과, 우리 금융당국 그리고 검찰의 수사 결과에만 촉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은행의 모습은 이번 현지 직원 김모씨의 죽음도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부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에 급한 불은 먼저 끄는 국민은행의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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