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른 아침, 낯익은 얼굴들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하나같이 낡은 서류가방을 들고 39층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삼성그룹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매주 수요일 오전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주요 계열사 사장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회의를 연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사장단회의를 통해 경영현안을 챙겨왔으며 2000년부터는 회의 전 다양한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있다. 강연은 40분 가량 진행된다.
삼성은 이 날을 마지막으로 올해 총 44회에 걸친 사장단회의를 마무리한다. 12월 마지막주 수요일은 크리스마스 휴일이어서 회의가 없다.
삼성 수요사장단회의 강연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시의성 있는 주제로 진행된다. 올해 첫 사장단회의 강연은 강원택 서울대 교수의 ‘2013년 대한민국 어젠다’였고, 마지막 회의에서는 서은국 연세대 교수의 ‘긍정의 저력’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 첫 강연을 통해 삼성을 이끌어가는 ‘별’들이 올해의 화두를 미리 예측해 준비할 수 있게 했고, 마지막 강연에서는 불확실한 내년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심기일전을 주문한 것이다.
올해 삼성 사장단은 분야별로 경제·경영(23회)에 대한 공부를 가장 많이 했다. 다음으로 비중이 큰 분야는 정치, 사회, 문화예술 등으로 총 10회가 진행됐다. 나머지는 환경, 안전, 건강, 신기술 등 분야에서 이뤄졌다.
삼성 사장단은 올 초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가 있었을 때 안전 관련 강연을 들었고, 7월에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초청해 쓴소리 듣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