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내 산업계 결산]안방선 규제몸살·밖에선 엔저강타 ‘내우외환’

입력 2013-12-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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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화·정 수출 역군들의 참패… 경제민주화 바람에 업계 총수 검찰 수사도

“해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올해 최악의 한해를 보낸 기업들이 내년을 기약하며 위안을 삼는 문장이다.

2013년 국내 산업의 머리글은 온통 ‘위기’와 ‘최악’이라는 단어로 채워졌다. 올해 산업계는 경제민주화에 따른 각종 규제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 안팎에서 매섭게 몰아친 한파에 좌절을 맛봤다.

경영계는 총수들의 연이은 구속과 재판, 검찰 수사로 크게 위축됐고, 수출업계는‘원화 강세’라는 복병을 만나 악전고투했다. 전자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들의 경영실적은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수출 역군들의 참패는 우리 경제에 어느 때보다 커다란 시련을 안겨줬다. 엔저(低) 직격탄에 더해진 중국의 물량 공세는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그나마 상황이 좋았던 전자업종도 스마트폰과 반도체 메모리 업체들만 호황을 누렸을 뿐 TV 완제품과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힘든 한해를 보냈다.

한때 거칠 것 없었던 자동차 산업의 침체는 충격적이다. 지난 11월 현대자동차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 5개월 만에 해외 판매가 줄었고, 그 여파로 전체 판매량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연초부터 불거진 ‘엔저 잔혹사’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현대차는 내수시장에서도 힘든 한해를 보냈다. 올해 내수시장 점유율은 현대차가 전년 대비 1% 이상 하락한 반면 수입차는 1.8% 상승했다.

철강업계는 일본(엔저)과 중국(물량 공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속절없이 떨어진 철강제품 가격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총체적인 부실을 낳았다. 여기에 계속된 인명사고로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오르며 내홍을 겪었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 여파는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에너지 혁명이라고 불리는 셰일가스의 개발 확대는 석유화학 업계에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단, 이를 계기로 사업 다각화 시도가 활발해진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해운업계는 기초체력의 한계를 드러낸 한해였다. 업계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 한해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고, STX팬오션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하기도 했지만 부실을 털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재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영구채 발행 지급 보증을 거절하고, 대신 3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등 유난히 사회적인 이슈가 많았다. ‘라면 상무’, ‘신문지 회장’ 등 각종 신조어마저 생겼다. 특히 지난 7월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아시아나항공 불시착 사고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형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저비용 항공사들의 부상과 새로운 도전도 주목받는 요소다. 올해 저비용 항공사들은 국내외 승객 점유율을 상승시키는 동시에 항공 화물사업을 시작해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유통가는 심각한 내수 부진과 방사능 공포로 큰 타격을 받았다. 백화점, 대형마트는 매 분기 하락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식품, 화장품, 패션 업계는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데 실패했다. 또한 남양유업 사태 등 ‘갑을(甲乙)’ 논란의 중심에서 정부와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밖에 대형 유통사들은 올해를 교외 복합쇼핑몰 및 아웃렛 사업 진출 등 신성장동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원년으로 삼기도 했다. 2013년이 보름 남짓 남은 지금, 계사년 한해 동안의 각 산업계 이슈를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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