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가 정부의 잇따른 불법보조금 규제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말 특수를 노린 불법보조금 살포에 일제히 나서고 있다.
정부가 단통법과 과징금 2배 인상이라는 강력한 정책을 발표한지 나흘도 되지 않아, 버젓이 불법보조금이 횡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기 위해 과징금 상한액을 현행보다 2배 인상 등 보조금 제재 개선안을 발표한 바있다.
하지만, 방통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12일 현재 갤럭시 S4와 아이폰5S 등 일부 단말기에 40만~70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이투데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4는 온라인 판매점에서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 할 경우 할부원금이 21만원 까지 떨어졌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30만원 후반대에 거래됐다. 갤럭시 S4의 출고가가 89만9000원 인점을 감안하면 최대 7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가 허용하고 있는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을 이미 훌쩍 넘었다.
좀처럼 가격이 내려가지 않던 애플의 아이폰5S도 보조금이 대거 풀리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 아이폰5S(16GB)의 할부원금은 49만원이다. KT로 번호이동을 하면 53만원에 살 수 있다. 아이폰5S(16GB) 출고가는 88만원, 약 40만원 가량 보조금이 지급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텔레콤 대리점 점장은 “연말 특수를 맞아 갤럭시S4와 아이폰5S에 대해 경쟁사보다 보조금이 많이 풀린 상태”라며 “지금이 SK텔레콤으로 갈아타기(번호이동)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그동안 빼앗겼던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보조금 투입을 주도 하는 것으로 입을 모았다.
실제로 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이통3사중 탈(脫)가입자가 가장 많다. SK텔레콤은 최근 두 달 동안 1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잃었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5만4400명이 순감하더니 지난달에도 5만3280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가면서 ‘집토끼(자사 가입자)’ 관리에 실패했다.
주무부처 수장인 미래과학부 장관도 보조금을 막지 못했다. 지난 5일 미래부 최문기 장관은 제조사와 이통사 수장들을 불러 보조금으로 얼룩진 통신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회의 후 다음날 주말인 6일과 7일 시장에 보란 듯이 보조금이 대거 풀렸다.
주말 이틀간 일부 대리점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4의 할부 원금이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서울 시내 일부 매장에선 갤럭시 S4에 약 6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급, 할부원금 30만원 대에 이 단말기를 판매했다. 여기에 인터넷과 함께 가입하는 프로모션 상품을 이용하면 단말기의 할부 원금을 1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인터넷 결합상품에 가입하면 현금지원 20만원, 할부원금 할인 60만원 등 총 8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갤럭시 S4의 출고가를 감안하더라도 10만원 안으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다.
일부 통신사는 전화를 이용해 번호이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수법은 비슷했지만 스팟성 할인이었던 만큼 할인 폭이 더 컸다. 인터넷 결합상품을 이용할 경우 위약금 지원명목으로 40만원까지 현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현금지원 40만원에 할부원금 할인 60만원, 총 1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위약금 정도에 따라 보조금이 단말기 출고가를 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