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지분변동]이랜드월드, 주식 가치 엿장수 맘?

입력 2013-11-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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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회장 주식매각 단가 39만원→자사주 소각 단가 9만원…8개월새 329% 떨어져

이랜드그룹의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의 주식 가치가 엿장수 맘대로 늘었다 줄었다. 이랜드그룹 오너인 박성수 회장<사진>이 보유주식 일부를 회사에 매각할 때 주당 단가가 39만원이었으나 8개월 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할 때 적용된 주당 단가는 9만원에 불과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전일 자사주 6만6263주(0.77%)를 60억3300만원에 소각했다고 밝혔다. 주당 단가는 9만1049원이다. 이에 자사주 소각으로 전체 주식수가 줄면서 최대주주인 박성수 회장 지분율은 40.03%에서 40.59%로, 배우자인 곽숙재씨 지분율은 7.94%에서 8.05%로 소폭 증가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에서 눈에 띄는 점은 주식 소각 단가다. 통상 이랜드월드와 같은 비상장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들처럼 정확한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 이에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총계(순자산가치)를 발행주식수로 나눠 주당 단가를 추정하곤 한다. 이같은 방법에 따라 이랜드월드의 올해 상반기 자본총계(8645억1000만원)를 기준으로 주당 단가를 계산해보면 18만2983원이 나온다. 자사주 소각 단가의 두 배 수준이다.

문제는 이번 자사주 소각 단가가 올초 진행된 자사주 취득 단가보다 무려 329.44% 낮은 수준이란 점이다. 이랜드월드는 올해 1월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사측의 자사주 매입 결정에 박 회장과 곽씨가 각각 4만3944주(0.92%), 1만6479주(0.34%), 기타주주가 5840주(0.12%)씩 6만6263주를 팔아 259억800만원을 현금화했다. 공교롭게도 이랜드월드가 이번에 소각한 자사주와 수량이 일치한다. 박 회장과 곽씨는 회사에 자사주를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40.95%에서 40.03%, 8.28%에서 7.94%로 떨어졌지만 각각 171억8200만원, 64억43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자사주 매입 당시 적용된 주당 단가는 39만1000원이다. 자사주 매입과 자사주 소각이 이뤄진 8개월 사이에 이랜드월드 주식 가치가 329.44% 떨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이랜드월드의 회사 가치가 8개월새 크게 변했는가 하면 이도 아니다. 자사주 매입이 진행된 직후 발표된 이랜드월드의 201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총계는 8475억8200만원이며 이를 기준으로 산출된 주식 가치는 17만6919원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단가의 차이 만큼이나 회사의 가치 변동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랜드월드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란 과정을 거치면서도 박 회장과 곽씨는 그룹을 지배하는 이랜드월드 지분율은 크게 훼손되지 않으면서 수백억원을 벌어들이게 됐다.

이에 대해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때는 회사 주식 평가에 따라 주당 단가가 결정됐고 소각 단가는 소각 금액을 전체 자사주 주식수로 나눠 산출됐다”며 “자사주 매입과 소각 모두 회계 원칙에 따라 진행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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