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경제 진단에 신중론 확산...출구전략 시점 더욱 불투명해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신중한 행보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연준은 30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양적완화를 유지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이미 예상된 것으로 시장은 연준이 내린 미국 경제에 대한 진단의 행간을 읽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준은 FOMC 성명에서 지난달 FOMC와 거의 같은 경제 진단을 내리면서 시장의 의아함을 자아냈다고 CNBC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이번 FOMC에서 버냉키를 포함한 연준 위원들이 이전보다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16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중지)과 부채한도 증액 논란에 따른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등으로 상황이 지난달보다 악화했기 때문.
셧다운 여파로 일부 경제지표가 예정대로 나오지 못하고 이미 나온 다른 지표도 왜곡됐을 수 있어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다나 사포르타 미국 경제리서치 담당 이사는 “일반적인 설문 주기가 흐트러졌기 때문에 경제지표의 질이 의심스러울 수 있다”며 “셧다운과 부채한도 논란 충격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앞으로 수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나오기로 예정됐던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예비치도 다음달 7일로 연기됐다.
연준이 비록 성명에서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이번 FOMC는 지난달보다 오히려 더 경기에 낙관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성명에서는 지난달 표현했던 ‘빡빡한 금융상황(tightening of financial conditions)’이라는 문구도 삭제됐고 높은 모기지금리에 대한 우려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 나온 미국의 경제지표는 여전히 미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기존주택 매매는 전월 대비 1.9% 감소한 529만채(연환산 기준)로 3개월 만에 첫 감소세를 나타냈다.
ADP고용주서비스가 집계한 미국의 10월 민간고용은 13만명 증가로 전문가 예상치 15만명 증가를 크게 밑돌고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연준이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출구전략 시점을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등 혼란을 부추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FOMC 전만 해도 빨라야 내년 3월에나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제 다시 조심스레 연말로 전망 시기를 앞당길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