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연장 기대감 선반영으로 효과 제한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상대로 양적완화 유지를 결정했다. 유동성이 연장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호재가 선반영됐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31일 국제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각)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틀간의 FOMC 회의를 끝내고 “최근 미국의 경제 활동은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확장하고 있다”면서도 “노동 시장의 상황이 최근 몇 개월간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은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택시장의 회복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재정 정책이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 아래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 개시 시점을 뒤로 늦춘 것이다.
우리 증시 입장에서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 유동성 확장기조가 연장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 효과가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지표들도 변수로 남아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실적장세가 도래되기 위헤서는 글로벌 경기회복 본격화와 연준의 온건한 통화긴축이라는 확인 과정이 남아 있다”며 “위험자산 선호가 유효하나 열광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져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일(현지시각) 뉴욕증시도 이런 이유로 하락마감했다.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차 커졌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44거래일째 ‘사자’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수급에 쏠리고 있다. 테이퍼링 지연은 원화강세 기조가 더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주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실적이 악화된다. 외국인은 최근 증시 비중이 큰 수출주를 중심으로 인덱스투자를 해왔다. 실적 모멘텀이 희석되고 있는 주식을 더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준섭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는 구간”이라며 “달러-원 환율이 1150~1050원대까지 하락하는 구간에서 단기간에 많이 상승한 종목군을 중심으로 환차익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급격하게 ‘팔자’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외국인의 투심을 자극할 것이란 설명이다.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신흥국 보다는 선진국형 구조에 가깝다”며 “한국의 펀더멘탈은 양호한 경제 성장률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때 탄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