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정부안 공청회…전문가들 찬반 격론

입력 2013-10-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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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초연금법 제정안 입법 공청회에서 한국노총, 노년유니온 등 단체 회원들이 '국민연금 가입자는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을 반대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정부의 기초연금 최종안을 놓고 열린 공청회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18일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초연금법 제정안 입법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액수를 깎는 기초연금 방식이 국민연금 장기 가입 유인을 약화시킨다는 것과 함께 대통령령 위임 내용이 행정부에 지나친 재량을 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기초연금 정부안은 노인 소득 보장이 미흡하고 국민연금 장기가입 유인을 약화시키므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개선하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은 공청회 내내 ‘기초연금 후퇴 규탄’과 ‘국민연금 가입자 권리보호’ 등이 쓰인 현수막을 든 채 기초연금 정부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경우 민노총 국민연금지부 정책위원장은 공청회 시작에 앞서 단상에 올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덜 받는 다면 누가 (국민연금에) 가입을 하려 하겠느냐”며 “국민들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약속한 노인 기초연금 20만 원을 훼손하지 말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연금 연계안을 정부에 처음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석 교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모두 미래세대로부터 도움을 받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평성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에서 더 받는 사람들은 기초연금을 덜 받는 국민연금 연계 차등지급안이 사회정의에 맞다”고 정부안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제도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나치게 정치쟁점화돼 연금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김용하 교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이 목적인데 당초계획보다 14년을 앞당겨 기초연금을 20만원 수준으로 올린 것은 분명히 진보라고 본다”면서 “하지만 지방재정의 취약성 등 재원조달의 문제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는 기초연금법안은 노후 최저소득 보장도 붕괴시키고 국민연금의 장기가입 유인을 약화해 노후 불안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초연금액의 조정계수와 부가연금액이 대통령령에 위임된 것은 이후 행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초연금을 삭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원섭 교수는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점점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삭감 정도가 지나치다”며 “삭감 정도(국민연금 가입자와 비급자의 급여액 차이)는 6만원 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돼야 설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정부의 기초연금 안은 오히려 보험료 납부 능력이 없어 공적연금을 못 받거나 소액만 받는 가난한 노인을 역차별해온 문제를 바로잡는 성격이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연금공단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참석을 하지 않은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서면을 통해 “정부안은 심각한 노인 빈곤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장기 재정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국민연금 수급자와 비수급자 간의 형평성을 추구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보았다.

정부안을 반대하는 입장인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정부안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법안이었다”면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김연명 교수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기초연금액을 연동하게 되면 50대의 국민연금 장기가입유인을 약화시켜 국민연금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기초연금법안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법안이고 원점부터 재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섭 교수는 입법예고안에 대해서 “기초연금 제도의 핵심적인 요소들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고 시행령에 명시됐는데 행정부의 재량에 맡겨질 수 없는 내용”이라며 “국민연금과 연동방식과 수급범위에서도 개선돼야 할 점들이 많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기초연금법 조항 가운데 ‘국민연금기금은 기초연금 재원으로 쓰지 않는다’고 확정한 부분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나왔다.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권문일 교수는 “국민정서를 의식해 만든 조항이지만 이 부분이 없더라도 국민연금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국민연금기금을 기초연금에 쓸 수 없다”며 “오히려 향후 국채를 발행해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 올 경우 국민연금기금의 국채 매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항으로 해석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한신대 경제학과 배준호 교수는 “연금을 깍는 것은 횡포”라면서 “5년짜리 정권이 6개월 만에 이런 안을 내놓은 것은 세계사에도 유례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검토한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다음달 중 국회에 제출해 입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초연금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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