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디자인을 입다]휘는 액정·두루마리 TV… 상상 속의 미래가 현실로

입력 2013-10-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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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시블 OLED·미래형 배터리 등 ‘혁신부품’으로 디자인 변화

부품의 발전은 IT가전 디자인에 많은 혁신을 가져왔다. 덩치가 커다랗고 화면이 볼록한 CRT(브라운관) TV는 얇은 두께의 LCD(액정표시장치)를 탑재한 LCD TV로 바뀌었다. TV 화면 옆이나 밑에 달려 있던 조작 다이얼과 버튼도 모두 리모컨으로 한데 모아졌다. 투박하고 두꺼웠던 휴대폰도 현재 초슬림 스마트폰으로 변했다. 이러한 제품 디자인 변화를 이끈 것은 바로 ‘부품 혁신’이다. 디스플레이는 점점 얇고 가벼워졌고, 기판과 배터리, 그리고 반도체도 점점 작아졌다. 최근에는 휘어지는 단계의 부품도 구현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던 디자인의 IT 제품 탄생도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몇 년 후엔 신문처럼 접어서 가지고 다니다 펴서 보는 TV나 PC가 등장할 수도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대 개막 =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나란히 플렉시블(휘는)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양산에 들어갔다. 양사 모두 아직 자유롭게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곡면형(커브드) 제품이지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기존 스마트폰이 천편일률적인 직사각형의 평면 디자인이었다면 플렉서블 제품은 양옆으로 혹은 위 아래로 휘어져 있어 스마트폰에 새로운 디자인을 불러올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플렉시블 OLED 패널은 삼성전자가 10일 출시한 ‘갤럭시 라운드’에 최초 도입됐다. 5.7인치 대화면의 이 제품은 좌우가 오목하게 휘어진 디자인으로 세련된 느낌을 준다. LG디스플레이는 다음달 출시할 LG전자 스마트폰 탑재를 위해 플렉시블 OLED를 첫 공급할 예정이다.

플렉시블 OLED는 유리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부릴 수 있고 잘 깨지지 않는다.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고정된 곡면 형태의 디자인이 가능한 1단계, 손으로 구부릴 수 있는 2단계,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는 3단계, 형태 제한이 없고 가격이 저렴해 종이를 대체할 수 있는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웨어러블(입는) 기기의 발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 기어는 아직 플렉시블 OLED가 적용되지 않았다.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은 “내년에는 성능과 디자인이 한층 강화된 플렉서블 OLED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TV는 플렉시블 OLED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TV가 대형화되면서 운송, 설치에 현재도 많은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면(디스플레이 부)을 둘둘 말아 운송하고, 설치 장소에서 튜너 등의 세트 부분과 조립하는 플렉시블 TV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현재도 60~80인치 이상 모델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벽을 TV 화면으로 가득 채우는 시대가 올 것인데 이 경우 현재와 같은 LCD나 OLED로는 운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가정에서 100인치 이상의 TV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렉시블 TV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화면을 곡면으로 만드는 시도는 이뤄지고 있다.

올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곡면 OLED TV를 일제히 선보였다. 곡면 OLED TV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동시에 사용자의 시청감을 높여준다. 특히 평면 패널을 사용한 TV와 달리 화면이 더욱 넓게 보이는 파노라마 효과를 주고 자연 경관처럼 웅장한 장면이 나오면 아이맥스 영화처럼 실제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제공한다.

권희원 LG전자 HE본부장 사장은 “휘어진 OLED TV는 완벽한 화질에 상상할 수 없었던 혁신적인 디자인의 꿈의 화질을 구현했다”고 자신했다.

◇배터리는 휘고, 반도체는 작아지고 =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이어 휘어지고 감을 수도 있는 미래형 배터리가 나온다. 이로써 IT 기기의 디자인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LG화학은 기존의 사각 형태를 벗어나 쌓거나 감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나섰다.

LG화학이 개발하고 있는 미래형 배터리는 △스텝드 배터리 △커브드 배터리 △케이블 배터리 등 총 3종이다. LG화학은 이 가운데 스텝드 배터리와 커브드 배터리는 이미 양산에 돌입했으며 케이블 배터리도 수년 내 양산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텝드 배터리는 큰 배터리 위에 작은 배터리가 올려져 있는 2단 이상의 계단구조 배터리다. 평평한 사각 형태가 아닌 입체적인 형태인 만큼 다양한 IT 제품 디자인에 최적화할 수 있다. 뒷면이 볼록한 곡면 디자인의 IT기기에 스텝드 배터리를 적용하면 기존에 활용할 수 없던 곡면 속 공간을 배터리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커브드 배터리는 말 그대로 곡선 형태로 휘어진 배터리다. 곡선형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시계, 스마트 안경 등 곡면 형태의 디자인이 요구되는 다양한 IT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

미래형 배터리의 마지막 단계는 구부리고 감고 매듭을 묶을 수 있는 케이블 배터리다. 일종의 전선 형태로 원하는 모든 공간에 모든 형태로 집어넣을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 등에 적합하다. 삼성SDI도 역시 초기 단계의 미래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해 양산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려면 배터리도 휘어야 하는 데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커브드 배터리는 언제든 상업화가 가능하고 자유자재로 휘는 형태의 배터리도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역시 디자인 혁신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부터 세계 최초로 수직구조의 3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고 있다.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처럼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방식을 처음 적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장장치 크기가 획기적으로 작아진다. 더 얇고 작은 디자인의 모바일기기 개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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