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구속 ‘문책성 인사’시각 팽배
CJ그룹은 8일 이관훈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이채욱 대한통운 대표이사를 CJ 대표이사로 겸직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삼성물산으로 입사, GE메디컬 부문 아태지역 총괄사장, GE코리아 회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대표적인 글로벌 전문 경영인이다. 지난 4월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CJ그룹에 합류, 영입 5개월만에 지주사 대표이사가 됐다.
CJ그룹 측은 “이 부회장은 그룹 내 어떤 임원보다 글로벌 경영 경험이 풍부하신 전문 CEO”라며 “GLS와 대한통운의 통합 후 안정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점도 이번 인사에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관훈 대표이사는 지난 2년 8개월 동안 지주사 대표를 역임해왔다.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에는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선봉장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퇴진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 구속으로 CJ그룹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인데도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은 문책성 인사로 해석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물러나면서 그룹경영위의 역할도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그룹경영위는 계속 운영될 것”이라며 “추가로 인원을 보충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그룹홍보실장도 4개월 만에 교체됐다. 지난 6월 CJ그룹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와 맞물려 위기대응 조직인 홍보실과 법무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그동안 계열사로 내려가 있던 신동휘 부사장을 그룹 홍보실장으로 전격 복귀시켰다. 1987년 제일제당 입사 이후로 20년 이상 홍보 업무를 담당해 온 신 부사장은 2011년 6월 CJ의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삼성과 마찰을 빚다가 물러난 후로 2년 만에 그룹 홍보실장에 복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초 CJ그룹이 김상영 동아일보 상무를 홍보전문 임원(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신 부사장의 교체설이 업계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위기 상황이지만,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수시 인사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은 자제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