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 틈타… 외국계 기업만 반사이익

입력 2013-10-0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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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SI부문 그룹 내 영업 배제되자…TWBA코리아, 오라클, IBM, 시스코 등 다국적 기업들 ‘대박’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외국계 기업의 배만 불리고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의 역습’이다. 일각에서는 일감 나누기의 수혜를 받아야 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온 지나친 규제의 폐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부에 개방하고 있는 광고, 시스템통합(SI) 부문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제치고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외국계 광고 대행사인 TWBA코리아는 최근 삼성화재,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현대카드 등 대기업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한 광고를 대부분 수주했다. TWBA코리아는 미국 TWBA월드와이드가 100% 지분을 보유한 광고회사로 지난해 7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국내 상위권의 외국계 광고기업으로는 TWBA코리아 외에도 JWT애드벤처(미국), 웰콤퍼블리시스(네덜란드) 등이 손꼽인다. 관련업계는 제일기획, 이노션 등 국내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들과 경쟁해 온 이들 외국계 기업이 최근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호기를 맞았다는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TWBA코리아를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급성장한 대표적인 외국계 광고회사로 지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의 TV광고 ‘눝’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 ‘동반성장’, 현대카드 ‘현대캐피탈리즘’ 등이 TWBA코리아의 작품이다.

TWBA코리아 측은 그러나 최근 늘어난 광고 수주가 대기업들의 일감 나누기 분위기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경쟁 PT(프레젠테이션)를 통해 삼성, SK, LG, 한화 등 대기업들과 거래를 해왔던 만큼, 최근 일감 나누기에 대한 분위기로 실적이 늘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SI 공공사업 분야에서도 외국계 기업의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중견·중소 IT(정보기술) 기업 육성을 위해 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를 금지시키자 이를 틈타 IBM, 오라클, HP 등 다국적 ICT기업들이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이 역시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중소기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만 살리고 있다는 역차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계는 광고, SI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외국계 기업 수혜 현상이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이라는 일감 나누기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은 알지만, 불가항력이라는 반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지도와 기술력에서 열세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광고 외부 개방, SI 대기업 참여 배제 등으로 안방 시장마저 내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감 나누기가 중소기업에 혜택을 주기보다는 외국계 기업의 수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어 제도의 근본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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