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반대여론에 밀려 막판 실패
두산중공업이 추진해온 이탈리아 발전설비 회사인 안살도 에네르기아 인수가 결국 불발됐다. 경쟁사의 중도 포기로 인수가 유력시 됐지만 현지 여론이 악화되면서 가스터빈 원천기술 확보를 눈 앞에서 놓쳤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안살도 에네르기아 최대주주인 이탈리아 국영 군수기업 핀메카니카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안살도 지분 99.55%를 이탈리아 국영은행인 카사 데포시티(CDP)에 7억7700만 유로(약 1133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실제 지분은 카사 데포시티가 운영하는 펀드인 폰도 스트라테지 이탈리아노(FSI)에 넘어간다.
핀메카니카는 우주항공, 방위·보안산업 분야 첨단기술을 보유한 이탈리아 주요 기업으로,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안살도 매각을 추진해왔다.
안살도는 발전소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가스터빈 분야 원천기술을 가진 업체다. 두산중공업은 안살도를 인수하게 되면 발전설비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안살도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전에는 두산중공업 외에도 독일 지멘스와 삼성테크윈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중도에 인수를 포기했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핀메카니카와 안살도 지분 55% 인수를 놓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왔다. 하지만 현지 여론이 급격히 변하면서 판세가 뒤집어 졌다. 두산중공업의 인수설로 굳어지자 이탈리아 현지에서 기술력 있는 국영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된 것. 안살도 노조와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결국 현지 국유은행에 안살도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두산중공업의 안살도 인수에 한 줄기 희망은 남아있다. CDP는 펀드인 FSI를 통해 안살도를 인수했고, 펀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매각을 다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핀메카니카와 CDP는 향후 안살도의 재매각 시 두산중공업이 1순위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매각조건에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