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社 인력 유입으로 기술 평준화… 투자비는 메이저 절반 순익률 높아
‘슈퍼배드2’·‘몬스터 대학교’.
추석을 앞두고 12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두 작품이다. ‘슈퍼배드2’는 국내 개봉 전 이미 전 세계 7억50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올해 최고 기대를 모은 애니메이션이다. ‘몬스터 대학교’는 6억3000만 달러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나란히 흥행을 기록한 두 작품은 각각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이하 일루미네이션)와 디즈니-픽사(합병 후 명칭)에서 내놨다.
그간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둔 팬이라면 인기 제작사로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등 3대 메이저 제작사를 꼽는다. 하지만 올해 최고 애니메이션에 꼽힌 작품은 중소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에서 탄생했다. 일루미네이션은 20세기폭스의 애니메이션 부서를 전담했던 크리스 멜레단드리가 2010년 설립한 회사로 제작한 작품은 네 개에 불과하지만 네 작품의 흥행 성과는 놀랍기만 하다. ‘슈퍼배드’(2010), ‘바니 버디’(2011), ‘로렉스’(2011), ‘슈퍼배드2’(2013) 등이다.
전문가들은 중소 제작사가 수준급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배경을 대형 제작사의 고급 인력 유출에 따른 기술 평준화로 꼽았다. 지난해 드림웍스가 1억4500만 달러를 들여 야심차게 만든 ‘가디언즈’는 1억 달러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드림웍스는 ‘가디언즈’의 실패로 350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제작비 축소를 선언하는 등 뼈 아픈 고통을 맞봤다. 게다가 회사를 떠난 인력들이 고스란히 중소 제작사로 유입돼 기술 평준화를 가속화시켰다.
중소 제작사들의 성공 원인에 투자 대비 효율성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일례로 디즈니-픽사와 드림웍스가 편당 평균 1억50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할 때,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은 8500만 달러를 들인 ‘몬스터 호텔’로 3억4600만 달러를 챙겼다. 메이저 제작사의 평균 제작비는 약 1억5000만 달러다. 이는 일루미네이션,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 등의 제작비 평균 8000만 달러의 2배에 육박한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기술 평준화를 이룬 시점에서 낮은 제작비를 추구하는 경향은 지속될 것”이라며 “새로 주목받는 애니메이션 중소 제작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