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이야기]기후변화와 여름이야기

입력 2013-08-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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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올여름 더위는 정말 유난했다. 우리나라도 확실히 아열대 기후에 편입된 것 같다. 제주도 야자나무가 남해안에 상륙한 지 오래되었고, 귤나무도 옮겨 심어 잘 자라고 있으며, 일부 지방에서는 벼농사 이모작(二毛作)에 성공하였다. 기후 변화는 자연환경은 물론 우리 역사마저 바꿔 버린다. 서기 476년에 있었던 로마의 멸망도 게르만족의 이동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실은 기후변화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20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 변화는 이렇다(고 한다). 서기 2세기경부터 현재보다 추워져 4세기경에 가장 추웠으며, 5세기경부터 상승하여 6세기경에야 현재와 비슷하게 되었다. 7세기경엔 지금보다 한참 높았고 이후 서서히 하락하다가 11세기경에 급격히 추워졌다. 이후 11세기부터 18세기경까지는 현재보다 기온이 낮았다.

추위로 초지(草地)가 줄어들게 되니 유목민인 북방의 훈족은 남하하면서 게르만족을 압박하여 남서쪽으로 밀어냈다. 연쇄적으로 게르만족은 로마의 영역으로 대거 몰려들었고 결국 멸망시켰다.

북방 유목민들이 본격적으로 남하한 것은 4세기경, 이 시기는 지금보다 기온이 1.7도가량 낮았다. 로마가 멸망의 길로 가던 이 무렵 중국에서도 북방민족 시대가 열렸다. 위, 촉, 오의 삼국 쟁투 결과 진(晉)나라에 의해 통일이 되었지만 추위 때문에 남하한 선비, 흉노 등의 북방민족에 의해 강남으로 밀려난다. 소위 5호16국 시대, 북방의 5개 유목민들이 화북을 점령하고 16개국이 번갈아 들어선 것이다. 기후변화는 결국 중국의 왕조사를 바꿔버린 것이다.

당시 한반도도 기후의 영향을 받았다. 서기 4세기경 고구려는 남하정책을 펼쳐 낙랑군을 313년에, 314년에는 대방군을 정복했다. 장수왕은 427년 평양으로 수도를 옮긴다. 추워진 날씨를 피해 만주벌판의 국내성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어 475년 고구려는 백제의 한성을 함락시키고 한강유역까지 차지했다.

기후변화는 이렇게 유럽과 아시아에서 인구이동을 초래했고 인구이동은 역사의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현대에 들어 기후변화는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 다시 인구 이동이 일어날까. 기후 변화의 요소들이 축적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대표적인 조짐이다. 축적된 요소들이 터져 나오는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역사적 경험을 하게 될까. 그리고 대비책은 없는 것일까. 참, 내년 여름에도 정전사태(black out)를 걱정하고 사무실에서 부채질을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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