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흥행타고 1만5000부 팔려 침체 빠진 출판시장 새 활력소 기대
‘설국열차’ 원작 만화 1만5000부 판매. 만화 1위.(7월 29일 ~ 8월 8일, 예스24 제공)
개봉 12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설국열차’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원작 만화의 관심 또한 치솟고 있다.
‘설국열차’ 원작의 인기는 최근 출판계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경향을 대표한다. 스크린셀러다. 만화계나 출판계는 ‘설국열차’ 원작의 인기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한 영화가 흥행하면 그 인기가 자연스레 원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설국열차’ 원작이 출간되자마자 2주 만에 5쇄(1쇄 3000부)까지 찍어낸 것을 두고 출판계는 작품 자체의 힘보다 영화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2006년 처음 국내에 소개될 때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김병수 만화가(목원대 만화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영화가 인기를 얻지 못했다면 이렇게까지 (원작이) 많은 판매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영화와의 동시 출간이 시너지의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설국열차’의 파죽지세만큼이나 올해를 대표할 만한 스크린셀러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였다. 영화가 개봉(6월 5일)하기 전인 5월 1일부터 인기가 치솟던 6월까지 훈 작가의 원작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판매 변화량을 보면 개봉 전 주인 5월 4주까지는 별다른 상승세는 보이지 않았다. 두각을 보인 것은 개봉 첫 주 3배(5월 첫 주에 비례한 수치)의 판매량을 기록한 후였다. 개봉 2주차엔 4.5배로 정점을 찍었다. 이러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원작의 흥행은 스크린의 파급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위대한 개츠비’는 ‘설국열차’나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는 못 미치지만, 영화 상영과 동시에 판매량이 급증한 사례다.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가 개봉(5월 16일)한 직후인 5월 2주부터 1.8배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5월 3주차에는 2.5배까지 늘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144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두각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당시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는 기현상도 만들어냈다. 예스24 윤미화 대리는 “‘개츠비’가 개봉한 후 원작 도서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스크린셀러를 예고하는 영화도 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잡스’다. 주인공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책은 지난해 경제·경영 도서 중 단연 판매 선두에 오른 책이다. 현재까지는 관련 책들의 판매 증가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출판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류현덕 북마스터는 “스티브 잡스 관련 책들은 사후 2년이 다 됐지만, 지금도 찾는 독자들이 꾸준하다”며 “매장에서도 지난 1일부터 ‘스티브 잡스’를 MD추천코너에 진열하는 등 관련 책들이 많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침체기에 빠진 출판계는 스크린셀러에 주목하고 있다. 스크린에서 형성된 관심이 또 다른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출판인회의 김기옥 정책위원회 위원장(한즈미디어 대표)은 “영화·TV·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가 생겨난 시점에서 책의 영역이 좁아졌다”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매스미디어가 결국 원작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시켜 도서 시장의 활성화를 불러온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