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와 박인비의 슬럼프 미학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08-0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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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좌)와 타이거 우즈(우)(사진=AP뉴시스)

한 시즌 메이저대회 3승, 50% 육박 승률, 상대를 찾아볼 수 없는 쇼트게임…

올 시즌 남녀 프로골프 무대에서 세계 골프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타이거 우즈(38ㆍ미국)와 박인비(25ㆍKB금융그룹)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하며 매 대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는 두 선수의 공통점을 비교ㆍ분석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갖가지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박인비를 ‘여자 타이거 우즈’라고 소개하는 매체도 있다. 참으로 엄청난 일이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그러한 관심과 호평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약간 다른 관점에서 이들의 공통점을 찾았다. 경기장 밖에서의 생활 습관이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것이 지옥 같은 슬럼프를 극복하고 제2 황금기를 누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우즈는 2009년 말 불거진 섹스스캔들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더 이상 선수생활이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특히 2010년에는 단 한 차례의 우승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1년 말에는 2회의 우승을 쏘아 올렸고, 지난해에는 3승을 챙기며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그리고 올해는 5승을 쓸어 담았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뒤 무너졌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특히 2009년에는 상금랭킹 50위에 턱걸이하며 간신히 투어 카드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6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메이저대회가 3승이다.

이처럼 두 선수가 극도의 슬럼프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자기개발과 성실성 덕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슬럼프와 함께 평소의 리듬감을 잃는다. 예를 들어 평소 5시간을 연습했다면 3시간을 연습하기도 하고 아예 연습을 쉬기도 한다. 물론 타이거 우즈와 박인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다른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슬럼프에 적극적으로 맞섰다는 점이다. 슬럼프마저 자기개발 시간으로 만든 것이다. 우즈는 플레이스타일을 바꿨다. 비거리는 줄이고 쇼트게임을 강화하면서 안정적이고 노련한 플레이어 변신했다. 박인비는 주 무대를 일본으로 옮기면서 스윙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쳤다. 자신감 회복을 위해 자신만을 위한 스윙을 만들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중도에 포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없는 추락과 긴 터널을 견딜 수 있는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선만을 강조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슬럼프 극복도 능력이다. 슬럼프 속에서도 자기개발에 충실한 사람은 슬럼프마저 개기개발과 재도약의 시간으로 승화시킨다. 반면 환경과 주변만을 원망할 뿐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사람에게 슬럼프란 어둠의 터널에 불과하다. 결코 재기는 없다.

일반인도 다를 게 없다. 일이나 업무, 사업이 생각대로 술술 풀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일이나 사업이 술술 풀려 탄탄대로를 달리는 상황에서는 옥석이 가려지지 않는다.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자기개발 노력에 충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기회는 결코 공평하게 오지 않는다. 기회는 노력하는 사람, 자기개발에 충실한 사람의 몫이다. ‘골프황제’와 ‘골프여제’는 그냥 탄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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