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여성 실종사건 전말…경찰관과 이혼녀, 만남부터 파국까지

입력 2013-08-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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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실종 여성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정 모 경사가 2일 오후 충남 논산에서 검거됐다. 이날 저녁 수사본부가 마련된 군산경찰서로 압송된 정 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 씨는 실종 여성을 살해,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7시50분쯤 평소 알고 지내는 정모(40) 경사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된 이모(39)씨는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직 경찰관인 정 경사가 이씨를 살해하고 유기한 것.

지난 2일 논산에서 잡힌 정 경사는 경찰에 “이씨가 임신했다며 돈을 요구했고, 액수가 적다며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고 해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이씨가 실종된 직후 참고인으로 소환됐던 정 경사는 “이씨와는 알고 지내는 친구 사이일 뿐 내연 관계는 아니다”라며 “최근 만난 적이 없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두 사람의 불륜이 드러났다.

이씨 가족들은 “두 사람은 내연 관계였다”며 “최근 이씨가 정 경사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24일 병원비 등을 받고 그동안의 관계를 마무리짓기 위해 정 경사를 만나러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혼한 상태고, 정 경사는 유부남이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실종된 이모(39)씨와 군산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 정모(40)경사는 1년 전쯤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경향신문은 두 사람을 소개한 친구 역시 동료 경찰관이며 이씨와 내연 관계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전 애인인 동료 경찰관이 정 경사에게 자신의 애인을 ‘사귀어 보라’고 소개해 줬다”며 “정 경사는 ‘임신한 아이가 동료 경찰관의 아이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정 경사는 이씨와 7월 초 성관계를 한 차례 가졌으며, 이씨는 같은 달 17일 정 경사에게 자신이 임신했다고 알렸다.

앞서 정 경사는 이씨의 연락처를 스팸 처리하는 등 그의 연락을 무시했고, 이씨는 정 경사에게 ‘전처럼 약속을 취소해서 일 못 보게 하지 말아라’, ‘너와 나 사이를 다른 사람이 알면 좋겠냐’, ‘만나 달라’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씨는 “집에 찾아가겠다”며 정 경사를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이씨가 임신했다고 하자 정 경사는 22일 적금 500만원을 찾았다. 정 경사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24일 이씨를 만나 “300만원을 줄 테니 그만 만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씨는 금액이 너무 적다며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정 경사를 협박했다. 이씨가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며 정 경사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려 하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씨가 정 경사의 얼굴을 할퀴었다. 정 경사는 자신의 차 안에서 이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군산시 회현면 월연리 폐양어장에 유기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마쳤지만 임신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국과수는 시신 부패 상태가 심해 여러 차례 검사해야만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씨의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씨가 실종되기 전 ‘7월 11일에 생리를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나 이씨가 임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씨가 임신 상태였다고 주장했던 유가족들은 “경찰이 정 경사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그 내용을 언론에 흘려 이씨가 마치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한 ‘꽃뱀’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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