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EO로 복귀한 래플리, ‘남성 제모’로 돌파구 모색
4년 만에 복귀한 앨런 조지 래플리 프록터앤갬블(P&G) 최고경영자(CEO)가 ‘남성 제모(manscaping)’라는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 5월 구원투수로 4년 만에 회사에 복귀한 래플리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회사의 CEO를 맡아 실적을 견인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CEO 재직 당시인 2005년 ‘질레트’를 570억 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질레트를 포함해 남성 면도기 사업부가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자 래플리가 명예를 걸고 다시 이 사업부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질레트는 건전지로 유명한 다국적기업 에너자이저의 ‘쉬크’(Schick)와 ‘윌킨스스워드’ 등의 저가 브랜드와의 경쟁 격화에 고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서구 남성들의 면도 습관이 크게 바뀐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매일 면도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풍토가 사라지고 적당히 자란 수염을 오히려 ‘멋스럽게’ 여기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사흘에 한 번 면도하는 남성이 많아졌다고 유로모니터는 밝혔다. 이러한 면도습관은 면도날의 수입 감소로 이어졌으며 질레트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경기 약화로 면접과 같은 특별한 날 외에는 돈을 아끼려고 면도를 꺼리는 유럽과 미국의 젊은 층들이 많아진 것도 매출 감소를 이끌었다.
이에 래플리는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P&G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 중 29%와 영국남성의 49%가 이미 턱 이외 다리와 가슴 부분에서도 제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33%, 독일은 56%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남성 대부분은 신체 부분을 제모하는 경우 제품인 질레트의 고급 제품인‘퓨전 프로글라이드 스타일러’와 같은 면도기로 제모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고 FT는 전했다.
래플리는 ‘면도’라는 개념을 ‘남성 제모’로 의미를 좀 더 확장해 미용에 관심이 많은 남성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에 돌입했다.
올해 남성 제모와 관련한 마케팅을 부쩍 강화해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주제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제모와 면도에 대한 팁을 제공하는 동영상도 온라인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체인인 월마트와 관계 강화를 통해 판매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