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레 저그(은으로 만든 술주전자)의 주인공은 결국 필 미켈슨(43ㆍ미국ㆍ사진)에게 돌아갔다.
미켈슨은 2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장(파71ㆍ7192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디오픈 챔피언십(총상금 800만 달러ㆍ우승상금 140만5000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 66타를 쳤다. 이로써 미켈슨은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선두 리 웨스트우드(40ㆍ잉글랜드)에 5타 뒤진 9위였던 미켈슨은 5번홀(파5)과 9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전반 라운드에만 2타를 줄였다. 비록 10번홀(파4)에서 한 타를 잃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막판으로 갈수록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13, 14번홀 연속 버디에 이어 17, 18번홀도 연속 버디로 장식,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자축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 3승(2004ㆍ2006ㆍ2010년), PGA 챔피언십 1승(2005년)으로 메이저대회에서 통산 4승을 보유한 미켈슨은 유독 유럽 대회에서만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열린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정상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제패해 유럽 징크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1993년 PGA투어에 데뷔, 20년 도전 끝에 디오픈 정상에 오른 미켈슨은 지난 2월 피닉스오픈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개인 통산 42승째이자 유러피언투어 스코티시오픈에 이어 2주 연속우승이다. 이로써 미켈슨은 준우승을 6번이나 차지한 US오픈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미켈슨은 “그동안 링크스 코스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샷을 날렸다”며 우승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13, 14번홀이 우승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20년 이상 투어 생활하면서 바람이 강한 날의 기술 샷을 이제야 터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타이거 우즈(38ㆍ미국)는 첫 홀 티샷부터 흔들리며 좀처럼 추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후반 라운드에서는 아이언샷 감각이 살아났지만 더 이상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우즈는 최종합계 2오버파 286타로 공동 6위에 만족하며 1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은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우즈와 함께 우승 경쟁을 펼친 리 웨스트우드는 버디 1개, 보기 5개로 4오버파 75타를 쳐 최종합계 1오버파 285타로 이안 폴터(37ㆍ잉글랜드), 아담 스콧(33ㆍ호주)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코리안 브라더스’ 4인방은 메이저대회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양용은(41ㆍKB금융그룹)은 버디 2개, 보기 3개로 1오버파 72타를 쳐 합계 9오버파 299타로 공동 34위를 차지, 4명의 ‘코리안 브라더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최경주(43ㆍSK텔레콤)는 10오버파 294타로 공동 44위에 머물렀고, 김경태(27ㆍ신한금융그룹)는 17, 18번홀 연속 더블보기로 15오버파 299타를 쳐 공동 73위에 만족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위랭커 자격으로 출전한 김형성(33ㆍ현대하이스코)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일본의 ‘괴물루키’ 마쓰야마 히데키(21)는 최종합계 2오버파 286타로 타이거 우즈와 함께 공동 6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