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명숙 前총리에 징역 4년 구형…“1심 무죄 납득할 수 없다”

입력 2013-07-08 18:59수정 2013-07-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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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항소심 마지막 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한명숙(69) 전 총리는 건설업자 한만호(52)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해 8일 오후 2시 열린 항소심 마지막 공판에서 한명숙 총리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한화 5억8000만원, 미화 32만7500달러를 구형했다.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가 대선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은 죄질이 나쁘며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원심이 무죄를 선고한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며 1심 재판부가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선입관을 갖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7년 비서 김모(53)씨를 시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3억여원을 받아오게 했다’는 내용을 예비적 공소사실에 추가해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은 그동안 한 전 총리가 한 전 대표에게 2007년 4월 초, 5월 초, 9월 초 세 차례에 걸쳐 각각 3억원씩, 현금과 수표 달러 등 총 9억원을 직접 받았다는 혐의를 제기해 왔다. 4월 초에는 한 전 총리의 당시 고양시 풍동 자택 부근의 도로에서, 5월 초와 9월 초에는 자택 안에서 받았다는 것이 당초 검찰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얼굴이 알려진 유력 정치인이 불법 정치자금을 공개된 장소인 도로에서 직접 받았다는 혐의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지목된 한 전 대표는 1심 2차 공판에서 “돈을 준 일이 없다, 한 총리는 누명을 쓰고 있다”고 공개 양심선언을 했다. 여기에 1심 현장검증에서 검찰이 지목한 1차 돈 전달장소인 도로가 폭이 좁고 턱이 있는 등 돈을 전달하기 부적합하다는 점이 검증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완벽한 무죄’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2심에서도 검찰이 패소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검찰이 이번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이유는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한 행동으로 해석됐다.

처음 전달한 3억원을 한 전 총리가 직접 받지 않고 비서 김씨를 통해 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공소 내용을 바꾸겠다는 것.

그러나 재판부는 “행위의 사실관계와 규범적 요소를 모두 고려할 때 사건의 장소와 방법 등에 현저히 차이가 있어 기존 공소사실과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했다.

한명숙 전 총리 측은 “검찰이 부당한 기소를 해 4년째 명예가 크게 훼손된 피고인 신분으로 살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검찰의 논리가 비약하며 무리하게 내세운 전제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양측 공방을 지켜본 법원은 논고를 통해 “(원심을 인정하지 않는 검찰이) 수사와 기소가 무위로 돌아가 허탈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소자와 판단자를 분리하고 3심제를 둔 이유에 관해 생각해보라”며 “사실과 증거에 의해 판단받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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