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위반 무죄 판결…김대중·문익환 ‘구국선언’ 36년 만에 무죄

입력 2013-07-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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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명동성당에서 구국선언을 해 대통령긴급조치법 9호 위반 혐의로 실형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익환 목사가 3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이규진 부장판사)는 3일 고 김대중·윤보선 전 대통령, 고 문익환 목사, 고 함석헌 선생, 이문영 목사, 문정현·함세웅 신부, 정일형 전 의원, 이태영 변호사,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 등 16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1976년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를 비판하며 서울 명동성당에서 ‘3·1 민주구국선언문’을 낭독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2~5년에 자격정지를 선고받았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문 목사의 아들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은 2011년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대통령긴급조치법의 위헌성은 굳이 헌법정신에 반하는 부분을 말씀드리기도 부끄러운 조치로서 당시의 발동요건 문제나 목적성의 한계, 국민의 기본권 침해 등 당연 위헌 무효가 되는 조치로, 이 법을 적용한 판결 역시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원이 오랜 시간 피고인과 가족들이 받았을 아픔에 대해 위로와 사죄로서 뒤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아 판결하는 것 외에 어떠한 것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을 안다”며 “무슨 말로 재판부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지 난감하고, 피고인들이 인권향상과 민주주의의 기틀을 만들기 위해 했던 노력들은 앞으로도 사회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조치위반 무죄판결 선고에 앞서 “피고인들의 인권을 위한 헌신과 고통이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이 됐다”고 밝혔던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후에도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고, 다시 한 번 사과와 존경을 표시한다”고 마무리했다.

이희호 여사는 판결에 대해 “남편이 돌아가셔서 이 사실을 아실 적에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거라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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