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비싸게 팔아라"... 고민 깊어지는 이순우 회장

입력 2013-06-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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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유효경쟁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추가적인 구조조정 불가피

“이순우 회장이 추진하는 개혁에 따라 우리은행이 유효경쟁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6일 속도전을 표방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확정하며 이 회장 역할을 명확히 언급했기 때문이다.

인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은행과 증권 계열사와 달리, 공룡 조직인 우리은행 매각에 있어 이 회장의 개혁의 속도와 내용에 따라 흥행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을 떼어 내 파는 것으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예전보다는 민영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은행 매각 방안에 대해서는 우리금융 내부와 시장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리은행을 인수할 만한 잠재적 매수자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계열사 매각에 있어 속도와 가격을 앞세우면서 제 값을 받고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구조조정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내부 에서도 우리은행 매각과정에서 발생될 갖가지 문제점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면서 “매각을 위해 몸집을 줄인다해도 이미 자산 규모가 260조원이 넘은 상황에서 조건에 맞는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흥행이 될 수 있도록 입찰규모와 조건을 세심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 노조측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완성차를 이리저리 분해해 시장에 급하게 팔겠다는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볼 때 살 곳이 어디 있겠냐" 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매각에만 집착해 시장에서 팔리지도 않을 물건을 진열하는 전시성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우리은행을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이 녹록치 않다. 금융시장에선 우리은행의 경우 2분기 실적이 적자를 겨우 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STX그룹에 추가 자금 지원을 하면서, STX의 연체 대출 가운데 일부가 정상 대출로 전환된 결과다. 민영화를 앞두고 몸값이 올리기 작전은 이미 수포로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올해 우리은행이 1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실적 MOU에서 밝힌 목표는 순이익 9000억원이다. 지난 1분기 전년동기 대비 68.6% 줄어든 192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순이익 5000억원 달성도 힘든 상황이다.

금융원 관계자는 “기업금융에 치중한 우리은행의 경우 올 하반기 수익을 가장 크게 갉아먹는 요인인 기업 구조조정이 예고 돼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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