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추가 핵 감축 제안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하루 전에 제안한 미·러 핵무기 감축 제안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서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핵무기 감축에 대해 생각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러시아 정부의 반발에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유럽에 MD 시스템 구축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오바마의 제안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러시아는 NATO가 이란 등 미사일 테러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목하에 MD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는 것이 자국의 핵전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왔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안정은 MD 시스템과 같은 무기와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전략적 비(非)핵무기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러시아는 전략적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 대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핵 감축을 제안하기 전에 핵전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혀 미국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 핵무기의 3분의 1 정도를 추가로 감축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미국은 1654개를 러시아는 1480개의 전략 핵탄두를 보유 중이다.양국은 앞서 2010년 4월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서 실전배치 전략 핵탄두를 1550개, 장거리미사일 등의 운반수단을 700기 이하로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라브로프는 추가 핵협상은 미국과 러시아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핵보유국도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