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놓고 노태우 집안 싸움…배경은?

입력 2013-06-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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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8월26일 열린 5·18 민주화운동과 12·12 군사쿠테타 선고 공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법정에 선 노태우 전 대통령(왼쪽)(5·18기념재단)

노태우(81)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둘러싸고 그의 부인 김옥숙(78)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가 신경전을 벌이며 집안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3일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 동생 재우씨와 노 전 대통령의 전 사돈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맡겨진 재산을 환수해 달라"고 탄원했다. 신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전 사돈이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신 전 회장의 장녀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바 있다. 김 여사의 주장에 대해 동생 재우씨는 "노 전 대통령이 숨은 비자금으로 아들 명의의 부동산을 매입했다"라고 폭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선고받았고, 지난 15년간 총 91%인 2398억원을 냈다. 현재 미납 추징금은 약 231억원이다. 2010년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연관이 있다며 재우씨와 신 전 회장에게 각각 120억원과 230억원을 납부하라고 판결했다. 검찰은 재우씨에게 모두 69차례에 걸쳐 52억7716만원을 환수했고 신 전 회장에게는 전체 회수액의 2.2%에 불과한 5억1000만원만 환수했다.

재우씨가 미납한 68억원과 신 전 회장이 미납한 225억원을 회수한다면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은 완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김 여사는 재우씨와 신 전 회장에게 미납금을 납입해 줄 것을 호소했고, 재우씨 측은 조카인 재헌씨의 재산 폭로에 나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과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동생에게 비자금 120억원을 전달했고, 재우씨는 이 돈을 투자해 냉동창고업체인 오로라씨에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조성한 비자금이 유입돼 만들어진 회사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점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이 내지 않는 추징금 일부를 동생 측에서 환수하기 위해 회사 주식 매각을 통한 추징금 환수를 추진해왔다.

법원은 검찰의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여 동생 측이 오로라씨에스 비상장 보통주 33만9200주(액면가 5000원)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장외 거래가격으로 환산한 추징금 총액은 200여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동생 측은 추징에 맞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회사 주식 수를 기존 100만주에서 200만주로 늘리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는 회사 주식 수를 늘려 가격을 낮추고 주요 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어렵게 해 주식 매각에 따른 추징을 회피하거나 추징 금액을 낮추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이에 검찰은 법원에 임시주총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지난 29일 이를 받아들여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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