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국민 비호감’ 강용석의 변신-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13-05-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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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정치인은 닮았다. 모두 대중매체에 노출된다는 점이 그렇고, 거기 노출된 이미지로 대중들의 지지를 먹고 산다는 점이 그렇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일상화된 시대에는 그래서 연예인과 정치인은 그 역할만 다를 뿐 기능적으로는 비슷한 존재기반을 갖게 된다. 연예인이 특별한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그 방송 이미지에 힘입어 국회의원이 되는 건 그래서 예전부터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이른바 폴리테이너의 탄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중문화와 정치가 더더욱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이 폴리테이너가 역방향으로 양산되는 경향마저 생기고 있다. 연예인이 정치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이 정치 전선에서 한발 물러나 방송인이 되는 흐름이다. 강용석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강용석은 대학생들과 열린 토론회를 가진 후 뒤풀이 자리에서 한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렸었다. 당시 강용석은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는 막말로 파문을 일으켰다.

그것만이 아니다.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에 출연했던 개그맨 최효종이 그 코너에서 국회의원을 비하했다며 고소를 해 국민적인 비호감이 되기도 했었다. 그는 결국 한나라당에서도 제명됐고,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의원직도 사퇴했다. 하지만 이렇게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듯 보였던 강용석은 단 2년여 만에 방송의 블루칩이 되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는 지금 JTBC ‘썰전’은 물론이고 케이블 채널 tvN의 ‘강용석의 고소한 19’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방송 트렌드의 변화와 강용석이라는 이른바 ‘고소남’의 독한 이미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난 일년여간 힐링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착한 토크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결국 허물어진 것은 그것이 홍보성이 강하고 자칫 교조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에 대중들이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김구라나 강용석 같은 보다 직설적인 ‘독한 혀’들은 그 자체로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게다가 늘 연예인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신변잡기식으로 토크쇼가 흘러가다보니 ‘정치’나 ‘시사’ 같은 새로운 토크 소재가 참신해 보일 수밖에. 강용석은 자신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비밀스러운 일상을 대중들에게 가감 없이 고발함으로써 주목을 끌 수 있었다. 일종의 대중을 위한 내부고발자 같은 이미지가 생긴 것. 그는 적어도 자신의 처지를 모두 끄집어내고 비판을 감수함으로써 방송에 대한 진정성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한때 한나라당 의원을 지냈던 유정현이 방송 복귀를 선언하면서 첫 방송으로 김구라가 진행하는 tvN ‘택시’에 강용석과 함께 출연한 것은 아마도 이러한 방송의 새로운 흐름을 타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정치 활동을 하면서 강용석 못지않게 비호감으로 몰렸던 유정현은 그런 여론을 의식했음인지 방송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유정현 방송복귀를 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연예인 이미지가 주는 프리미엄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가 낙선하자 방송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정치인으로서나 방송인으로서나 모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대중 정치의 시대에 연예인이 정치인이 되고, 정치인이 방송인으로 변신하는 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고 또 잘못됐다고도 할 수 없다. 흔히들 ‘이미지 정치’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이미 수많은 매체 속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미지가 주는 힘은 어쩌면 절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이미지가 진심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그래서 대중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니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먼저 어느 쪽에 뛰어들려 한다면 먼저 진정성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 어떤 변신도 대중들은 공감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유정현이 앞으로 방송인으로서 다시 서기 위해서는 먼저 강용석이 대중들 앞에 보였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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