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민감 자동차주 타격… 통신·엔터주 안정
10대 그룹 시가총액의 열등반과 우등반 희비는 실적과 엔저(低)가 갈랐다.
13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후 시총이 가장 많이 줄어든 종목은 삼성엔지니어링이었다. 지난해 말 6조6200억원을 기록하던 삼성엔지니어링 시총은 10일 현재 3조9320억원으로 줄어들며 5개월여 만에 40%나 쪼그라들었다.
건설업황 악화로 1분기 2198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으며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호텔신라(31.95%), 제일기획(20.40%)의 선방을 희석시키며 삼성그룹 시총을 2.78% 감소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엔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자동차(부품)주들의 고전도 두드러졌다. 현대차그룹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완성차 해외판매 증가도 별 소용이 없었다. 현대하이스코(-30.70%)를 필두로 현대글로비스 시총이 지난해 말 대비 22.8% 감소한 가운데 현대위아(-17.93%), 현대차(-13.50%), 기아차(-7.79%) 등 줄줄이 쪼그라들었다.
반면 환율 등 대외변수에서 한발짝 비켜서 있는 통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유통주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실제 CJ그룹을 시총 증가 1위로 견인한 CJ CGV은 연초 후 시총이 84.36%나 불었다. 국내 영화 흥행에 이어 해외 블록버스터 개봉으로 실적 모멘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3만2000원선에 머물던 CJ CGV주가는 6만원 가까이 치솟으며 5개월 만에 84.45%나 급등했다.
LG유플러스(55.10%)와 SK텔레콤(40.98%), KT(9.29%) 등 통신주 선전도 돋보였으며 CJ E&M(38.86%), CJ헬로비전(21.82%), KT뮤직(21.69%) 미디어주도 두각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엔저는 12월 아베정권 출범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마지노선인 100엔을 넘어섰다. 지난해 6월 이후 엔화가치는 미 달러화, 유로화 대비 각각 27%, 35% 하락했다. 엔·원화 가치도 반년 만에 20% 이상 절상됐다. 한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에 큰 타격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 약세로 한국 기업의 대응이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며 “일본과의 경쟁에서 점유율을 지키려면 가격 인하를 통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고, 수익성을 지키려면 물량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가전을 제외한 IT는 비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이 우위에 있다”며 “철강의 경우 일본 수출이 철강제품보다는 원료 수출이 많고, 화학과 조선업종의 경우 일본과 한국의 주력제품이 차별화돼 있어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