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비정규직… 요즘 TV는 ‘웃프다’

입력 2013-05-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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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직장의 신’ 계약직 미스김·MBC ‘무한도전’ 8주년 무한상사, 시대 현실 반영 인기

▲KBS2 '직장의 신'(왼쪽),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연봉 3000만원인 너(금빛나)랑 1200만원인 이 언니(정주리)가 친구구나. 내가 몰랐네. 정년 3개월짜리 이 언니랑 정년 30년짜리 너랑 친구인 걸 몰랐어.” (KBS ‘직장의 신’ 중에서)

요즘 TV가 웃프(웃긴데 슬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나 예능이 많은 대중들의 동감을 얻고 있다. 비정규직, 구조조정, 실직 공포 등 한국사회의 슬픈 모습이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게 만드는 것이다.

이 땅의 직장인이라면 공감하며 시청하는 ‘직장의 신’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와 정리해고, 권고사직, 88만원 세대의 고충,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 등 씁쓸한 현실을 드라마 속에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 4월 19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559명을 대상으로 ‘드라마 속 가장 부러운 직장의 신 행동’을 조사한 결과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고 다 하는 것(22.4%)’이 1위를 차지했다.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으로 감내해야 했던 직장인들의 심정이 드러난 것이다. 2위는 ‘칼출근, 칼퇴근 하는 것(20%)’이었다. 알람을 맞춰 놓고 체조를 하다가 칼같이 일하고, 회의 중에도 퇴근하는 미스 김의 행동은 드라마 속에서도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와 같이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대중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극중 슈퍼갑 계약직 미스 김(김혜수)은 어느 상사 하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며 거침없는 직장생활을 한다. 심지어 미스 김 어록이 등장할 정도다. 미스 김 어록을 살펴보면, 미스 김은 회사에 대해 “생계를 나누는 곳이지 우정을 나누는 곳이 아니고,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곳이지 예의를 지키는 곳이 아니다”라고 정의한다. 회식은 “몸 버리고 간 버리는 테러 행위”라고 규정한다. 선배에게 권고사직 처분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괴로워하는 팀장에게 “엄살 부리지 마십시오. 고장 난 시계는 버려지는 게 현실”이라고 단언한다.

웃으려고 보는 예능도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바로 MBC ‘무한도전’이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8주년 기념으로 ‘무한상사 뮤지컬’편을 준비해 정리해고 시대에 대한 아픔을 노래했다. 부서에 불어닥친 정리해고 바람에 부서원들의 갈등은 고조됐고, 결국 10년 동안 회사를 위해 일한 정준하 과장은 정리해고를 당한다. 무한상사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서글픈 현실과 자신의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아버지 세대의 모습들이 현실과 너무 닮아 있다. 김태호 PD는 “무한상사의 정 과장은 기성 세대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모든 직장인이 공감하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올 초부터 준비했던 기획”이라고 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관계자는 “비정규직 해고자의 경우 집계가 불가능하다. 비정규직은 해고라는 개념이 없다. 계약만료가 일종의 해고다. 노동자에게는 아픔이다. 사용자는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기계 부품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쌍용자동차의 경우도 3000명 정도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다가 안 되니 정리해고한 것이다. 정리해고의 대부분은 현 경영상의 이유가 아니라 미래 경영상의 이유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IMF 이후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지면서 지금은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이 많이 생기고 있다. 달라진 노동 환경에 직장인들은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라며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내용은 현 직장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다. 무한도전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연예인도 비정규직이다. 8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시청률 저조라는 이유로 어느 날 폐지시킨다면 이 또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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