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부장 직급 없앤 수평문화…근무시간 선택 ‘하루 4시간’도
#삼성전자 수원 DMC연구소에 근무 중인 김수진(34)씨는 작년부터 부산에 사는 부모님과 주말을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금요일 오전에 4시간만 근무하고 점심 무렵엔 고향으로 향하는 KTX에 탑승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일부 부서에서 시행하고 있는 ‘하루 4시간 근무제’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하루 4시간 근무제’는 한 주당 40시간의 근무 요건만 채우면 된다. 월~목요일까지 9시간 근무하고, 금요일엔 오전만 일한 뒤 조기 퇴근해 김씨처럼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직원들의 일과 삶을 양립시켜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직원들의 행복지수는 기업의 성장동력이자 경쟁력 확대로 이어진다. 업무 효율성 증가, 생산성 향상은 물론 창의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 큰 효과를 내고 있다. 경조사비 지원 등 틀에 박힌 복지가 아닌 직원 개개인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신바람 나는 일터’ 조성에 기업들이 매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어린이집을 통해 ‘워킹맘’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원·서초 사업장을 포함해 총 6곳에서 약 1900명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서초동 삼성 어린이집의 경우 친환경 인증을 받을 만큼 내부 자재가 모두 친환경 소재로 건립됐다. 또 영양·간호사, 심리전문가를 고용해 어린이의 위생과 건강을 지키고 있다.
정기 연수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 개발한 전문보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보육 교사의 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LG는 전국 주요 사업장 20여곳에서 1300명의 어린이를 보육하고 있다. LG전자는 여직원이나 배우자들의 출산 전·후 휴가를 장려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자녀들과 함께하는 ‘힐링캠프’를 열어 행복한 가정 만들기를 지원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 계열사별 직원 복지 프로그램도 가족을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가족을 함께 챙기면서 임직원들의 사기와 자부심을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 김 대리 사라졌다’= 소통을 통한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호칭이나 직급 체계를 과감히 바꾸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SK그룹은 계열사인 SK텔레콤이 6년 전부터 도입한 ‘매니저(Manager)’ 제도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들은 이미 사원~부장 등 직급을 없애고 매니저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다만 중간 관리자급인 팀장 호칭만 유지하고, 수평적 소통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매니저라는 단일 호칭은 직위와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전문지식과 책임을 가진 담당자라는 의미”라며 “맡은 일을 스스로 책임지고 실행함으로써 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외에도 CJ그룹은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님’자를 뒤에 붙여 부르고 있고, 제일기획은 ‘프로’로 호칭을 통일해 부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직장 내 소통이 업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일반화되면서 수직적인 직급 체계를 파괴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평적 관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 공유가 가능하다보니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은 본사 및 협력사 임직원들을 위한 경영학석사(MBA) 교육 과정을 지원하며 교육과 상생을 동시에 실천하고 있다. 2004년 1기생 26명을 배출한 이래 현재까지 총 222명이 이 과정을 수료했다. 회사 측은 MBA 과정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한국과학기술원에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9년부터 다양한 놀이와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포레카’를 운영 중이다. 포레카는 직원들이 업무 시간 중에 사무실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발상의 전환과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 중에는 인문예술창작프로그램,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주말에는 직원과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문화를 선사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 일에 몰두하느라 묻어 두었던 ‘나’를 일깨워 삶의 새로운 재미를 찾게 해줌으로써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보고 있다”며 “일과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