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국회 정무위 추진 개정안 내용은… 자산 5조이상 총수일가 관여 정황으로 처벌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와 협의 중인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감몰아주기로 혜택을 받은 계열사의 지분을 가진 총수일가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과 법에 저촉이 되는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판단 기준 확대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개정안 추진에 대해 형평성 문제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놓고도 그룹의 자산규모에 따라 총수일가에 대한 법적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개정안은 자산규모 5조원이상인 대기업집단에게만 적용된다. 5조원 미만의 기업집단 총수일가들은 부당한 일감몰아주기에 관여를 해도 공정위의 사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셈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집단 총수일가들의 친인척 계열분리가 크게 늘 가능성이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친인척 계열분리 조건으로 지분율과 임원겸직, 채무보증 해소 등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내부거래 비중을 그대로 유지한 채 친인척 계열분리를 하면 총수일가들은 법망을 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제3자 대체 가능한 일감 안된다? = 개정안은 세가지 상황을 제외하고 모두 일감몰아주기로 규제하고 법 저촉을 조사할 수 있도록 밝히고 있다. 첫 번째는 일감이 제3자 대체가 가능한지 여부다. 계열사 외에 필요한 부품을 대체할 곳이 없을 경우 규제대상이 되는 일감몰아주기로 보지 않는다. 두 번째는 일감 가격이 제3자에서 납품한 것보다 비쌀 때이다. 세 번째는 경쟁입찰을 통한 거래다. 이는 공정위가 사실상 대기업 계열사간 수의계약을 규제대상에 넣겠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조사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현재 국내 46개 대기업집단이 내부거래시 수의계약으로 거래 상대방을 선정한 경우가 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을 통한 내부거래 금액도 153조원을 웃돌았다.
일감몰아주기로 적발된 계열사에 대한 처벌 수준도 강화된다. 현재 공정위는 ‘현저한 수준’의 내부거래를 부당한 거래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 처벌도 일감을 몰아준 기업에 대해서만 관련 거래액의 최대 2~5%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일감을 준 기업뿐만 아니라 혜택을 받은 기업도 내부거래 매출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기준 확대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의 개정안대로라면 법망을 피하기 위한 불필요한 계열사 간 흡수합병이 크게 늘어나면서 생산직을 제외한 관리직 등 잉여인력들의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일감몰아주기와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최근 3년간 대기업집단 비상장사들의 흡수합병 건수가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비상장사들의 흡수합병 공시건수는 2010년 50건에서 2011년 112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2일 현재 31건으로 지난 2010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여러 법률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대기업집단에만 한정한 과잉 규제에 따른 부작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