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의 두얼굴, 김혜수vs문대성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03-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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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표절의 두얼굴, 김혜수vs문대성 [배국남의 직격탄]

숨죽이던 300여명의 취재진과 100여명 대학생 입에서 “멋있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박수가 이어졌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KBS 새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 제작발표회가 열리기 직전 이 드라마 타이틀롤을 맡은 김혜수가 웃음기를 잃은 얼굴로 무대에 올랐다.

“해당 논문은 12년 전 활발히 활동하던 때 작성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몰랐습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한 일이기에 지난 날의 실수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당시 지도 교수를 통해 석사학위 반납 의사를 전했습니다. 걱정과 실망하게 해 드려 죄송하고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바로 잡지 못한 과오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22일 한 매체가 김혜수의 2001년 성균관대 언론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연기자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관한 연구’에 대한 표절의혹을 제기했다. 김혜수는 곧바로 표절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이날 석사학위 반납입장을 밝힌 것이다.

표절은 시간, 노력, 그리고 자본을 들여 만든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자 문제 있는 행태다. 타인의 아이디어, 창작권, 학문적 권리의 명백한 도둑질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표절이라는 큰 잘못을 범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적지 않은 취재진과 대학생들이 김혜수에게 박수를 보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표절의혹이 제기된 문대성 의원(무소속)에서부터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와 교수들의 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공직자, 국회의원 등 일부 지도층 인사와 교수들이 자신들의 논문에 대한 표절의혹이 제기되고 학위수여 대학에서 표절판정이 났는데도 표절사실을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지극히 형식적인 사과 한마디로 표절문제를 끝내버리는 후안무치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 이 때문에 비판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총선기간 박사논문 표절의혹이 제기돼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문대성의원은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가 “논문 표절 관련 본 조사 결과 문 의원이 논문을 표절한 것이 맞는다는 판정을 내렸고 이를 문 의원에게 통보했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땠나. 비서실장에 내정되면서 박사논문 표절의혹이 잇따르자 인수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저는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고 또 학위나 논문을 활용해 학문적 성과나 학자로서 평가를 이용하려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논문작성 당시 현재와 같이 강화된 연구윤리 기준을 철저히 지키지 못한 점, 원저자와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사과 한마디가 전부였다.

표절은 도의적, 학문적, 그리고 법적 문제가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인데도 수많은 사회지도층 인사와 대학교수들은 그들의 논문이 표절 판정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궤변과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면피성 사과 한마디로 끝이다. 표절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그 누구도 공직을 물러나는 등 책임지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다.

외국 사례는 남의 일이다. 2011년 카를테오도어 추 구텐베르크 독일 국방장관이 박사 학위 논문 표절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박사학위 박탈과 함께.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 어땠나. 지난해 그 역시 1992년 쓴 박사논문이 표절판정을 받으면서 대통령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논문 표절을 한 우리 공직자나 교수들과 너무 다른 태도다.

이런 상황에서 김혜수는 언론의 표절의혹 제기가 있자마자 곧 바로 표절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사과와 함께 석사학위 반납의사를 밝히는 등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는 이러한 김혜수에게 취재진과 대학생들이 박수를 보낸 것이다.

수많은 시간과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만든 남의 저작물을 도적질 한 공직자를 비롯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김혜수를 어떻게 생각할까. 참 궁금하다.

문대성 의원님, 허태열 실장님! 두 분의 눈에는 김혜수가 어떻게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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