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 아베 '리플레이션' 성공하려면…

입력 2013-02-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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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오줌을 누고 있구나….”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한 일본의 몸부림을 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한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일단 급해서 오줌을 누고 나서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역을 경험하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이 같은 조롱거리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과거 리플레이션 정책이 실패했을 때의 트라우마를 기억하고 있느냐 말이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경기 부양 명목으로 지난 20년간 필요도 없는 다리, 도로, 터널, 댐, 공항 등을 건설하느라 국고를 낭비했다. 자금 마련은 오롯이 중앙은행의 몫이었고 국민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흥청망청 나라 살림에 국가부채는 983조2950억 엔(작년 9월 시점)으로 불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30%. 일본인 한 명당 771만 엔의 빚을 진 셈이다.

이 같은 실책은 아베노믹스라는 그럴듯한 포장지에 싸여 다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 일련의 효과가 나타나자 심지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조차 아베노믹스를 칭찬했다.

엔화 가치는 하락하고 주가는 상승하는 이례적인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호재 뒤에는 항상 악재가 뒤따랐다.

아베노믹스는 그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얕은 수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에서 중국을 다시 역전시킬 만큼 새롭고 강력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니·샤프 같은 간판기업의 몰락을 막아낼 재간도 없다.

문제는 현재로선 아베 총리의 불도저식 경제정책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일본은행은 정치권에 휘둘리고 있다. 그나마 제어 역할을 했던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는 백기를 들고 조기 사임을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차기 일본은행 총재 물망에 무토 도시로 전 일본은행 부총재와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 총재,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경제연구소장 같은 금융완화 옹호론자들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행을 정치권의 꼭두각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재정전문가 존 로의 실패를 기억해야 한다. 존 로는 세계 최초로 불환지폐제도를 만들어 프랑스 경제를 살리는데 성공했다. 중앙은행을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화폐를 찍어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지폐 남발과 인플레이션, 투기 세력을 부추겨 결국 경제 공황을 초래했다.

이는 결국 리플레이션이 금융정책과 성장의 원천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라리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이민 정책을 도입해 노동력을 다양화하는 건 어떨까. 실업으로 패배주의에 물든 청년들의 기업(起業)을 독려하는 것, 정치나 기업에 여성 진출을 촉진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근린국의 고통을 성장의 원천으로 삼아버린 아베노믹스. 후폭풍을 감수할 각오는 돼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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