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가 흥행 보증수표… 스크린·드라마셀러

입력 2013-01-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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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보고난 후 원작 소설 관심

‘2013년 올해는 ○○○셀러’

빈칸에 들어갈 말을 떠올려보자.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생각했다면 ‘땡’. 틀렸다. 스크린과 드라마가 답이다. 스크린셀러는 많이 팔리는 것을 뜻하는 베스트셀러와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이 합쳐진 용어다.

문화사업관광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출판시장 규모의 정체기는 5년이 넘었다. 출판계와 서점계가 장기간 불황에 빠져 있는 현재 영화와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은 스크린셀러와 드라마셀러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영화나 드라마와 동반 흥행하는 베스트셀러들은 존재했다”고 전제하는 한편, “최근 들어서 드라마와 스크린셀러가 하나의 주요한 출판계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올해 이러한 트렌드가 더 강력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012년 드라마셀러와 스크린셀러의 대표적인 작품은 ‘해를 품은 달(정은궐 저·이하 해품달)’과 ‘레 미제라블(정기수 역)’이다.

지난해 상반기 안방극장을 점령했던 ‘해품달’은 지난 12월까지의 누적 판매 80만부를 기록하며 드라마셀러로서 스크린셀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품달’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42.2%(닐슨코리아 기준)였다. 방영 당시 ‘해품달’을 보지 않고는 대화에 참여할 수 없을 만큼 열풍이 거셌다. 소설 ‘해품달’의 인기는 이 같은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하반기 드라마셀러 대표작은 ‘응답하라 1997’이다. 2012년 7월 첫 방송을 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20~30대의 고교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이른바 ‘응칠’ 신드롬까지 만들었다. 폭발적인 드라마의 인기가 책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발간 첫날 초판이 매진되는 기현상을 만들어 냈다.

소설 ‘레 미제라블’은 11월 출간돼 두 달 만에 10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각 출판사의 번역본을 모두 포함한 판매량은 20만부를 훌쩍 뛰어넘는다. 영화가 500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만큼 소설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레 미제라블’에 빠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소설 ‘레 미제라블’은 이러한 신드롬으로 꾸준한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원작은 소설이지만 영화가 이목을 끌면서 소설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경우다.

소설 ‘호빗(이미애 역)’과 ‘파이이야기(공경희 역)’의 인기 상승도 주목할 만하다. 판타지 소설의 거장 J.R.R.톨킨의 ‘호빗’은 설명이 필요 없는 스테디셀러다. 또 ‘파이이야기’는 도서 판매 주간 9위(11~17일, 한국출판인회의)를 차지했다. 영화 ‘반지의 원정대’ 시리즈를 제작한 피터 잭슨 감독의 신작 ‘호빗: 뜻밖의 여정’과 탁월한 영상미로 관객들을 끌어들인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100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 흥행 대박이었다고는 볼 수 없는 두 작품의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영화의 흥행 여부와 관계 없이 개봉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밖에 올해 스크린셀러의 계보를 이어갈 작품은 더 있다. 오는 2월 21일 ‘안나 카레니나’와 5월 ‘위대한 개츠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들 원작 소설은 각각 너무나도 유명한 톨스토이와 피츠제럴드의 작품이다.

온라인 서점 예스24 윤미화씨는 “드라마나 영화를 본 관객들이 원작을 찾는 것이 강력한 추세”라며 “이러한 작품들은 홍보 이벤트를 하지 않아도 잘 나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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