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방문, 지역민들 “그동안 민주당이 뭐했나”
대선 패배를 속죄하는 의미로 ‘회초리 민심투어’에 나선 민주통합당이 가는 곳마다 혼쭐이 나고 있다. 전날 당의 심장인 ‘광주’방문에 이어 16일 부산·경남(PK)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시민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문희상 위원장과 지도부는 이날 부산 민주공원에서 참배 및 사죄와 참회의 삼배를 올렸다. 문 위원장은 “이길 선거를 졌다.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호소한다. 민주당을 살려주십시오. 통곡하는 심정으로 사죄의 삼배를 드린다”고 읍소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입에선 “그동안 민주당이 뭐했노. 이래놓고 또 지지해달라고 할끼가. 탈당 할 거다”라는 사투리가 터져 나왔다. 또 다른 시민은 “생쇼하지 말아라”고 소리쳤다.
공원에 나온 한 시민 역시 “당신들이 뭘 잘못한 줄 알고나 그러냐”라고 쏘아붙였다. 몇몇 시민들은 “18대 대선은 진행 중, 민주당은 즉각 수개표를 실시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지역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대선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곳에서 시민들의 매서운 발언이 이어지자 일부 비대위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민주당은 전날 광주에서도 시민들에게 “호남 사람들 그만 좀 이용해 먹어라” “광주를 어머니라고 하면서 이기면 자기들끼리 호의호식한다” 며 쓴소리를 듣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문 위원장은 부산민주공원 1층으로 이동, 간담회를 열고 “쇼를 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회초리 민생투어)한다”면서 “이 지역에서 40%가 넘는 지지를 보내줬음에도 정권교체에 실패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광수 민주항쟁기념사업회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민주당의 현주소를 말하자면 한마디로 ‘불임정당’”이라며 “명분과 대의를 내세우지만 금배지를 달려고 모인 사람들이 아니냐. 대선기간 민주당은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재규 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모두가 죄인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회초리 투어를 두고 “진정성 없는 이벤트”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회초리 때릴 사람도 안 모였다는 것 아니냐. 현충원에서 석고대죄하고 삼배를 했는데 그 장면 하나하나가 좀 민망하다”면서 “차라리 공사현장에 가서 일하는 게 낫지 이런 것은 보기에도 민망하고 성과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비주류 김영환 의원도 전날 “참 안쓰럽다. 무엇을 반성하고 사과하는지 누가 책임이 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기에 (회초리 투어가) 퍼포먼스로 비칠 수 있다”고 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국으로 다니면서 무릎 꿇고 ‘잘못했습니다’ 라고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남 창원·김해에 이어 부산을 방문 중인 민주당 지도부는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천막농성 현장을 찾는다. 오는 18일에는 대전·충청지역에서 ‘회초리 민심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부산·경남 = 권태성 / 임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