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장들은 새해가 되면 경영 전략이 함축된 사자성어를 신년사를 통해 발표한다. 카드 발급·한도 기준 강화, 이용권유 제한 등 각종 신용카드 규제가 본격화 되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 마케팅 비용 상승 등으로 카드사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수장들은 어떤 의미의 사자성어를 골랐을까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 이재우 사장은 ‘전승불복 응형무궁’(戰勝不復 應形無窮)을 내놨다. 치열한 전쟁에 임한 장수처럼 비장한 각오를 당부한 손자병법에서 따온 말이다. 이 말은 전쟁에서 거둔 승리는 반복되지 않으므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다시 승리하기 어려우니 끝없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1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최고의 기업이 되도록 노력을 경주해 달라는 돌진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위기 상황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함께 고통을 나누자며 단결을 주문했다. 최 사장은 “올해 우리 앞에 닥친 위기는 그동안 겪었던 그 이상의 시련일 가능성이 높다”며 삼국사기 김흠운 열전에 나오는 풍소우목(風梳雨沐)의 정신을 언급했다.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비로 목욕을 한다는 뜻으로 장수가 싸움터에 나가 병사들과 고락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가 큰 시기가 우리에게는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믿고 2013년에는 우리 모두가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미래를 경영하자”고 말했다. 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힘든 시기임이 분명하지만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역발상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