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정부와 공화당이 세금 인상과 예산 삭감 등으로 60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충격을 주는 ‘재정절벽’과 관련해 지지부진한 협상을 벌이다 지난 1일에야 가까스로 합의안을 상·하원 표결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미국 정치인들은 지난 2011년 여름에도 법정 채무 한도 증액을 놓고 당파 싸움을 벌인 끝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번 재정절벽 협상에서 마감시한을 넘기는 진통 끝에 간신히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타협을 할 줄 모르는 ‘벼랑 끝 전술’은 이미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미국의 지난해 3분기 기업 설비투자는 2.2% 감소했다.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이 지갑 열기를 꺼린 영향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지난해 2월 말 하원 재무위원회에서 재정절벽 위기를 경고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 정치인들이 협상에 나설 시간은 충분했다는 평가다.
대통령선거가 지난해 11월 초에 치러졌다는 것을 감안해도 2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미국 경제가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대한 시점에 정치인들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이 재정절벽 협상 조기 타결 기회를 놓치면서 타협을 모르는 정치인들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오바마와 베이너는 앞으로 2개월 안에 예산 자동 삭감과 정부 부채 한도 증액 등 타결해야 할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있다.
정치인들이 이번과 같은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