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으로 계열사 자율경영 조정…회장 승진 여부 관심

SK그룹이 처음으로 외부인을 총수로 맞이한 때는 1998년 최종현 선대 회장의 급작스러운 타계 직후였다. 최태원 회장의 후계경영체제를 구축할 준비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룹 사정에 정통한 손길승(現 SK텔레콤 명예회장) 전 회장을 중용했다. 손 전 회장은 6년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수행했다.
두 사람은 정통 SK맨으로 큰 변화의 시기에 그룹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
손 전 회장 시절은 최 회장이 CEO 인사나 신규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투톱 체제’였다면 김 부회장은 ‘원톱’으로 모든 것을 조정하게 된다. 최 회장은 전략적 대주주로로서 대외 활동에만 집중하는 등 한발 뒤로 물러섰다. 이는 자율경영를 강조한 SK그룹의 ‘따로 또 같이 3.0’ 신경영체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은 1974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에 입사한 후 SK그룹 경영기획실 재무담당 임원, 구조조정 추진본부장, SK㈜ 대표이사,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등 SK그룹 성장의 주역이자 산증인으로 손 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1994년 그룹의 자금 담당자로 고(故) 최종현 회장을 도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했으며, 외환위기에는 구조조정을 통해 SK가 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사업지주회사 SK㈜(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겸직할 정도로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식견이 뛰어난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2004년 SK케미칼 부회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첨단 화학소재 및 생명과학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7년여간 기업가치를 400% 넘게 올려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김 의장은 신경영체제인 핵심인 위원회 인선, 위원회간 조정 역할 등을 수행하게 된다. SK는 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을 최종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신임 의장이 선임됨에 따라 예정대로 1월 중순에 그룹 인사를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김 부회장의 승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