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착한‘데이 마케팅’어디 없나요

입력 2012-11-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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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였다. 연인과 부부, 직장 동료, 친구 등이 빼빼로를 나누며 서로에게 애정과 감사를 전한다. 한편 이날은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농업인의 날’이었다. 11을 한자로 표기하면 ‘十一’이다. 이를 합치면 흙토(土)가 된다. 1964년 강원도 농민들이 모여 처음 기념행사를 가졌는데 1996년 정부가 이를 공식화해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가래떡데이라고도 하지만 빼빼로에 밀려 잘 기억되지 않는다.

닷새전 8일은 ‘브라데이’였다. 8자와 11자의 모습이 브래지어와 같다고 해서 만들어진 날인데 속옷 업체들은 이날 할인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인다. 업체들의 매출은 다른 날보다 30% 이상 늘어난다. 데이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는 유명 오픈마켓 초기 화면에 청바지에 브라만 걸친 사진이 올라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적도 있다. 속옷을 사면 빼빼로까지 준다면서 ‘끼워팔기’를 했다. 데이마케팅이 극성을 부렸다고 네티즌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도 이런 비판은 예년과 다름없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의 데이마케팅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비판은 하면서도 기념일을 맞아 살 건 다 사기 때문이다. 업체들에게 아무리 상술이 도를 넘었다고 꾸짖어도 그치지 않는 건 소비자들의 이율배반적인 소비도 한몫 했을거란게 대부분의 생각이다.

사실 업체들만 욕하기도 뭣하다. 추석과 설,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 마케팅은 수십년전부터 계속됐다. 싸건 비싸건 명절과 기념일 특수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 마케팅에 대한 유감은 있다. 날을 정해 마케팅에 열심인 것까지야 말하기는 좀 그렇다. 다만 빼빼로 한묶음 묶어놓고 1만원 이상 받는다거나, 터무니 없는 속옷 가격을 받는 건 문제다. 장삿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면 데이마케팅은 더이상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데이 마케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면 사회구성원을 기리는 기념일에 대한 감사 차원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애인의 날, 소방관의 날, 경찰의 날, 국군의 날 등 수많은 기념일에 이들에 대한 예우를 기업들이 나서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실 이러한 날들은 해당 조직이나 구성원들이 기념식만 열고 끝내는 일이 많다. 사회적 무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이들의 수고와 노고가 발휘되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다. 기업들, 특히 데이마케팅을 벌이며 이익을 쌓는 회사가 앞장서서 활동을 해줬으면 한다. 기념일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기념일에 환원해 기업과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 말이다.

2003년 돼지콜레라와 조류독감으로 축산농가가 어려움을 겪을 때 삼겹살데이(3월 3일)와 구구데이(9월 9일)가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기업은 뒷전이었다. 기업 스스로 나서 그동안 억지로 만들어 낸 인위적인 스토리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주체가 돼 사회적 자원과 가치를 공유한다면 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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