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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느낀 바를 얘기하면서 “과거엔 연사들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라고 말을 시작했지만 이번엔 ‘위기가 온 지 5년이나 됐다’고 한다”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일상화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시기”라고 언급했다.
김 총재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라는 발언은 과거에 여러 차례 있었지만 ‘불확실성의 일상화’라고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김 총재보다 앞서 ‘불확실성의 상수화’를 언급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지난 6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오늘날 불확실성은 가끔씩 발생하는 ‘변수’라기 보다는 거시 환경을 구성하는 ‘상수’”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위기’와 ‘불확실성’을 구분 없이 사용하는 감이 있지만 두 경제수장의 발언처럼 이 둘은 차이가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위기는 미래 발생할 위험의 발생 확률을 시기별로 분포표로 그려낼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위기의 시대에서 불확실성의 시대로 전환됐다는 말은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것과 함께 ‘한 방의 해결책’ 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 총재는 ‘불확실성의 일상화’라는 발언과 함께 불확실성을 고려하는 것이 관행이 되다 보니 위기가 마치 없는 것처럼 됐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내수를 확충함으로써 기업의 성장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장관도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계획이 없으며 단기적 위기 극복에만 매달리기보다 서비스 선진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내수활성화와 서비스업 선진화를 강조했지만, 말 외에 별다른 성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