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의 마술사’로 불리는 네덜란드 출신의 거장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많이 남긴 화가로 유명하다. 무려 80여 점에 달하는 그의 자화상 중에 나는 서른네 살의 자신을 투영한 1640년 작(作)에 주목한다.
그림 속의 그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복을 갖춰 입고, 상체는 꼿꼿이 세운 채 비스듬하게 두었으며, 한쪽 팔은 여유롭게 난간에 걸쳐 놓았다. 힘 있는 시선은 정면을 향해 있는데 그 눈빛과 더불어 굳게 다문 입모양이 근엄하고 진중한 느낌을 더하고 있다. 그야말로 ‘성공한 중견 예술가’의 모습이다.
자화상이라고 해서, 거울에 비추듯 자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만 묘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외부에 비춰지고 싶은 이미지, 오래 남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거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미 큰 명성을 얻었던 렘브란트 역시, 자화상 속의 자신이 좀 더 거장답게 보이길 원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자세를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살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또 남들에게 조금 더 멋있게 보이고 싶어 하는 건 이렇게, 대부분의 보통 사람이나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이나 똑같은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당연한 심리이자 보편적인 욕구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욕구를 스스로 만족시키기 위해서 충실히 의도하고 노력하는 것, 그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훌륭한 자세가 아닐까. 자화상을 그리는 캔버스에 일부러 후광 효과를 내기 위해 밝은 색 물감을 흩뿌리지 않아도 내가 있던 자리가,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이 나의 빛나는 가치를 기억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