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분쟁 격화…“자신 있으면 공개 검증에 응하라” 삼성전자 압박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장고 용량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4일 삼성전자의 냉장고 용량 관련 유튜브 동영상에 대해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추가 압박에 나섰다.
LG전자는 공인 규격인증기관인 ‘인터텍’이 삼성전자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란 공문을 LG전자에 발송했다고 25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광고를 유투브 등에 게시한 후, 같은 달 2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인터텍 실험 결과 LG전자 디오스 870리터 냉장고 실제 크기가 830리터에 불과하다”고 제3자 공인기관을 언급했다. 마치 LG 냉장고 용량이 정부공인규격에서도 크게 미흡한 것처럼 주장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LG전자에 따르면‘인터텍’은 8월 31일 김주용 한국대표 명의로 자사에 공문을 보내 ‘삼성전자가 당사에 의뢰한 실험은 국내 에너지효율 기준법(KS규격)에 준해 수행되지 않았음을 밝힌다’라며 ‘당사명이 포함된 시험결과 유출에 대한 고객사(삼성전자)의 리포트 오용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에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도 했다.
이는 ‘인터텍’을 인용해 마치 LG전자 870리터 냉장고의 용량 표기가 잘못된 것처럼 주장한 삼성전자의 행태가 잘못된 것임을 확인한 것이라는 게 LG전자측 주장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역시 삼성전자의 비방 동영상 광고가 최초 기사화된 후 삼성전자에 경고를 했다. 기술표준원은 제품 규격, 안전 규격 등에 대한 표준을 제정, 공표하는 정부 공식 기관으로, 용량, 에너지효율 등 국내 냉장고 관련 표준 규격도 담당한다.
기술표준원은 9월 초 삼성전자 담당자와 직접 면담을 가졌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정부 표준 규격을 위배한 삼성전자의 동영상을 삭제할 것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촉구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는 게 LG전자측 설명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냉장고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서 제정, 공표한 KS규격에 따라 측정한 ‘전체 유효내용적’을 표기하도록 돼 있다. 유럽,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및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도 준수되는 사실상 국제표준규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물 붓기’, ‘캔 넣기’ 등 KS규격을 따르지 않는 비공식적 방법을 ‘객관적인 방법’이라 말하며 LG전자의 ‘공식 표준 방식에 따른 공개 검증’ 제안에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 HA사업본부 윤경석 냉장고연구소장도 “삼성전자 주장대로 삼성전자의 냉장고 용량이 LG전자 제품보다 크다면, 정부기관의 공식 절차를 밟아 950리터, 1000리터라고 승인을 받으면 될 일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자신이 있다면 왜 자사의 공개 검증 제안에 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광고에서 이미 삼성 제품은 900리터, LG 제품은 910리터라고 표준 방식으로 측정된 수치를 공개했다”며 “표준방식에 따라 더 큰 용량이라고 발표한 LG 냉장고에 물이든, 캔이든 삼성 제품만큼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비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