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나종주 성북세무서 부가가치세 과장 "쭈꾸미 꽃"

입력 2012-09-1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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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항 해물 집

쭈꾸미 몇 마리 수족관에 담겨 있다

몇 갈래로 가랑이 진 다리

피기도 전에 짓밟힌 원추리꽃 같다

콸콸 바닷물 몰아넣어도 미동조차 없다

뜰채로 건져 모가지 움켜쥐니, 풀썩

양푼에 주저앉는 혹부리

보글보글 된장국물 속

파 콩나물과 어께 걸고 쭈꾸미가 익는다

이 혹부리도 알고 있을까

골몰하듯 살짝 익어야 부드러워진다는 것

정수리를 손으로 꾹 누르니

감췄던 대롱 꺼내 맹렬히 소화수 뿌린다

다리에 촘촘히 붙어있던 촉수들

화려한 혼인색으로 빛깔을 바꾼다

독처럼 퍼진 울화 식혀

여덟 잎 꽃으로 피어나다니

접시에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맨살

내가 가위를 들이대자 오소소,

소름 꽃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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