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달 내 채택…각국에 채용 권장
일본이 개발한 차세대 TV 기술이 국제 표준규격으로 채택된다.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이달 안에 ‘슈퍼하이비전(SHV)’을 국제 표준규격으로 채택하고 각국에 이를 채용하도록 권장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HV는 NHK와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이 개발한 차세대 TV 기술이다.
신문에 따르면 SHV는 현재 기술보다 16배 개선된 3300만화소의 고화질(HD)을 실현했다.
100인치 이상 크기의 대형 화면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평가다.
초당 코마(coma) 수도 현재의 두 배인 120회여서 움직임이 자연스럽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일본 방식과 유럽 방식으로 분리된 HD 규격은 앞으로 SHV로 통일될 전망이다.
영국과 한국도 이 기술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외에 아시아 주요국도 이를 따를 전망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앞서 BBC는 2012 런던올림픽 기간에 NHK와 함께 SHV 기술을 시험방송했다.
BBC는 폐쇄회로를 통해 런던과 브레드퍼드, 글래스고, 일본의 도쿄와 후쿠시마 등의 대형화면에서 방송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SHV 화면이 3D TV 입체화면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왔다.
일본 기업들은 SHV가 국제 표준규격으로 채택된데 대해 고무적인 반응이다.
자국 기술을 국제 표준규격으로 만들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공동전선을 펴온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20년 시험 방송을 목표로 공영 방송사인 NHK방송기술연구소가 주축이 돼 1995년부터 SHV 개발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샤프 파나소닉 같은 대기업 외에 빅터 NEC 이케가미통신기 등이 대거 참여했다.
SHV가 실현한 초고화질은 도시바와 소니의 최첨단 HD 기술인 ‘4K’의 두 배인 ‘8K’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NHK는 SHV 기술을 응용해 샤프와는 지난해 85인치짜리 LCD 디스플레이를, 파나소닉과는 올해 145인치짜리 플라즈마 디스플레이를 연달아 선보였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일본산 SHV가 국제 표준규격으로 채택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은 기술력에서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이를 어떻게 살려 나갈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SHV가 국제 표준규격이 되면 기술 노하우를 공개해야 한다.
일본은 시험방송이 시작되는 2020년까지 8년 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그 사이 이를 능가하는 제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앞서 일본은 LCD 기술을 응용한 제품을 세계 최초로 내놓고도 시장력에서는 다른 나라에 밀린 경험이 있다.
SHV의 기술을 TV 판매 증가로 연결시키는 것도 과제다.
초고화질 영상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 시장 확대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HD LCD TV 시장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세다.
이는 시장 점유율과 국제 표준규격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은 SHV의 국제 표준규격 채택을 계기로 일본 기업들은 TV 시장에서의 재기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