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찔리면 ‘치명상’스포츠 만큼 짜릿한 세기의 특허전,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 9월9일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이 내린 결정이다. 이는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이 최초로 받아들여진 시점으로 삼성-애플 간 특허공방의 사실상 첫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 애플이 "삼성이 비열하게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꼈다"며 제소한 것을 시발점으로 이 후 양측은 10개국에서 50개 이상의 ‘엎치락뒤치락’ 특허소송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당시 고 스티브잡스는 삼성 갤럭시탭을 향해 ‘도착 즉시 사망(DOA)’할 것, 삼성은 모방자(카피캣)라며 모욕적 발언을 퍼붓기도 했다.
◇ 삼성-애플 30년 우정 흠집 = 애플이 30년 간 협력관계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다. 삼성이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며 애플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애플의 도전은 얄미운 삼성에게 으름장을 놓겠다는 속셈이었다. 전쟁을 선포한 이들 기업들의 특허소송 과정은 그 어떤 스포츠 경기보다 짜릿했다.
‘삼성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관련 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주던 독일, 네덜란드, 호주 법원이 이후에는 삼성 편으로 돌아서며 반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호주는 보름 만에 판매 금지됐던 삼성 갤럭시탭 10.1의 판매재개를 허락했다. 애플 손을 지속적으로 들어주던 네덜란드 법원은 반년 만에 ‘판매 불가’ 대신 손배 청구가 가능하도록 삼성 손을 들어줬다. 반대로 처음부터 ‘애플의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 지방법원이 최근 들어서는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을 비롯한 갤럭시넥서스 등 삼성제품을 줄줄이 판매 금지시켰다.
이 결정으로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 모델이나 이와 유사한 모델은 미국 내에서 제조, 판매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가처분 조치가 없을 경우 애플이 입을 손해가 더 크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결론에도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해 미국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삼성이 결국 수모를 겪는 상황이 발생했다. 갤럭시탭7.7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2011'에서 공개 되자마자 애플의 가처분 신청에 의해 전시회에서 회수됐다.
◇ 시장 판세 바꿀 본안 소송 시작 =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삼성-애플 특허전 본게임이 개막됐다. 험난했던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 승패는 본안 소송이 시작된 이날을 기점으로 오는 24일이면 결정이 난다.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 글로벌 모바일시장의 판세가 바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데다 애플이 미국기업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재판 결과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펼쳐졌던 가처분 소송과 달리 본안소송에서 패배한다면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까지 소급해서 손해배상액이 산정되는 등 실질적 타격도 크다.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심스런 전망이 거론되고 있다. 애플이 유리하다는 쪽은 ‘전장이 미국인 만큼 홈그라운드 잇점이 있으며 그동안 미국에서 벌어진 가처분 소송에서 갤럭시탭 10.1과 갤럭시 넥서스의 판매금지 결정을 이끌어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유럽에서 승기를 잡았다. 독일 법원은 ‘갤럭시탭 10.1N’과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고, 영국 법원은 애플에게‘삼성전자가 애플 제품을 베끼지 않았다’는 내용을 광고하도록 판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양 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번 소송에서 패하는 쪽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불리한 조건의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