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유럽에서 훈풍이 불어왔다. 마리오 드라기ECB(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사수' 발언에 글로벌 증시가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역시 이에 영향을 받으며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 호재에 불과할 것이라며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을 견인할 재료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美증시. ECB 총재 발언에 급등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유로존 구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11.88포인트(1.67%) 오른 1만2887.93에 거래를 마쳤으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22.13포인트(1.65%) 뛴 1360.02를, 나스닥 종합지수는 39.01포인트(1.37%) 상승한 2893.25를 각각 기록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투자콘퍼런스에서 "ECB는 위임받은 권한 안에서 유로를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나를 믿어달라. 조치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내달 2일 금융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있어 금리 인하와 장기대출 프로그램 재가동 등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해석됐다.
드라기 총재는 또 지나치게 높은 국채 금리가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저해한다면서 국채 금리를 관리하는 것도 ECB의 임무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최근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크게 떨어졌다.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금리의 경우 지난 6월 19일 이래 처음으로 7% 아래로 내려왔다.
◇"1800선 회복 가능할 듯"
증시 전문가들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국내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된 가운데 ECB 총재가 유럽 단일통화체제 수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ECB의 추가 부양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음주 FOMC를 앞둔 상황에서 유로존의 추가 부양 확인은 글로벌 정책공조 측면에서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도 "ECB가 문제를 지켜보기만 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ECB 총재의 부양 의지가 정치적 발언에 그칠 수 있고 향후 SMP 재개 등 실질적 부양에 나설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단기 호재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정책과 주식시장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1,2차 LTRO로 금융기관들의 부채 우려가 커졌기 때문에 ECB가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를 시행한다해도 1,2차 만큼의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