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지원한 롯데피에스넷에 과징금 6억4900만원…대기업 ‘통행세’ 사례 첫 제재
# 편의점, 마트 등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를 제공하는 롯데피에스넷은 지난 2008년 10월 6일 현금자동출금기(CD)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위주로 사업모델을 변경할 계획을 롯데그룹 최고 경영진에 보고했다. CD기는 현금 출금만 가능하지만 ATM은 입출금이 모두 가능하다. 롯데피에스넷은 ATM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기공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을 것을 직접 지시했다.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롯데피에스넷은 롯데기공을 통해 ATM을 간접구매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이 중간에 계열사를 끼우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롯데피에스넷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역할 없이 중간마진을 챙긴 대기업집단의 ‘통행세’ 관행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재벌 회장이 직접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지시한 사례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2009년 9월부터 2012년 7월 현재까지 ATM을 제조사인 네오아이씨피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구 롯데기공)을 통해 구매했다.
해당기간 동안 롯데알미늄은 네오아이씨피로부터 ATM 3534대를 666억3500만원에 매입, 롯데피에스넷에 707억8600만원에 판매했다. 롯데알미늄은 이 거래를 통해 41억5100만원의 매출차익을 봤다.
공정위는 부당지원 금액을 롯데알미늄의 매출이익 41억5100원에서 형식적 투자금 2억1700만원을 차감한 39억3400만원으로 봤다.
통상 훼미리뱅크, 한국전자금융 등 롯데피에스넷의 금융자동화 서비스 경쟁사업자 모두 직접 제조사로부터 CD, ATM 등을 구매한다. 롯데피에스넷 또한 본 건 외에는 모두 제조사로부터 직접 금융자동화기기를 구매해 왔다.
공정위는 “ATM 사업경험이 전혀 없었던 롯데기공을 거래중간에 끼워 넣게 한 것은 재무상황이 어려운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 주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기공은 보일러제조 전문회사로 CD, ATM 등 금융자동화기기를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다. 또 당시 롯데기공은 재무상황이 심각하게 좋지 않았으며 지난 2009년 1월에는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회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도록 부당지원한 행위에 첫 제재를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어 “앞으로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통행세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