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궈인롄 결제망만 이용하는 것은 외국기업 차별…독점 주장은 불인정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이 신용카드 부문에서 미국 업체를 차별하고 있다고 판정해 시장 개방이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WTO는 미국이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규제로 카드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제소한 건에 대해 중국이 국제규정을 일부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TO 분쟁해결 패널은 이날 “모든 외국 신용카드업체가 중국 국영기업인 중궈인롄(中國銀聯, 유니온페이)의 결제망만을 이용토록 하고 카드에 중궈인롄의 로고를 부착하도록 하는 것은 외국기업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WTO는 “미국 정부는 중국이 중궈인롄을 독점 사업자로 활용하도록 요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독점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 측 주장을 기각했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WTO 패널은 중국이 미국기업들의 진출을 막는 광범위한 차별적 정책을 펼쳤다는 우리의 주장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선단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그동안 미국이 주장해온 독점 주장이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WTO의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WTO의 이날 판결에 대해 60일 내에 항소할 수 있다.
이날 판정에 대해 업계는 중국의 카드시장 문호가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신용카드 결제시장은 사실상 중궈인롄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대부분의 외국기업은 중국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하려고 할 경우 현지업체와 제휴해야 하고 중궈인롄의 결제망을 이용해야 했다.
현재 홍콩 동아은행과 미국 씨티그룹 만이 중국에서 유일하게 현지 업체와 제휴 없이 자체적으로 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중국에서 신용카드를 직접 발급하지 않고 해외 결제망만 제공하고 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중국에서 발급된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는 31억장 이상이며 결제액은 84조위안(약 1경5110조원)이 넘었다.